[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이현구 “이젠 빅매치 주인공”

입력 2014-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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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매치에서도 통했다.” 이현구가 2월 23일 광명스피돔에서 생애 첫 대상경주 우승을 확정지은 후 두 팔을 들고 감격의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데뷔 첫 대상 트로피 품은 이현구

가정형편 어려워 성공 위해 선택한 ‘경륜의 길’
훈련생부터 날 뒷바라지 해준 아내 위해 최선
젖히기는 내가 최고…연말 그랑프리서 일낸다


“빅 매치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고 싶었다.”

2월 23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대상경주에서 데뷔 첫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이현구(31·16기·김해팀)가 전한 우승 소감이다. 이현구는 폭발적인 추입으로 이명현, 박용범, 박병하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9년 훈련원을 3위로 졸업한 후 특선급에서 붙박이로 활약했지만 대상경주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현구는 대상 우승으로 개막 2개월만에 시즌 8연승을 기록하며 지난해 성적 15승의 절반을 넘었다.


- 대상경주 첫 우승 소감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기쁘지만 마음의 짐도 하나 생겼다. 인지도가 높아져 경주의 축이 되면 부담도 커진다. 2012년 슈퍼특선급으로 승급했을 때 세운 ‘매 경주 3착’ 목표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 자전거와의 인연은.

“중학교 1학년까지 테니스 선수였는데 김해에서 창원으로 이사하면서 그만둬야 했다. 럭비선수였던 둘째 형의 영향으로 다른 운동이라도 하고 싶었다. 전학 간 학교(경원중)에 사이클 팀이 있어 무조건 찾아가 가입시켜달라고 했다. 그때 동기 김종력(31·11기·특선)을 만나 절친이 됐다. 그 당시엔 운동만이 희망이었다.”


- 운동을 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나?

“어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일 때문에 출장이 많았다. 우리 형제들은 고모 밑에서 자랐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 보니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운동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젊은 나이에 가정을 꾸린 것도 그 때문인가.

“그런 영향도 있었지만 동갑인 아내(박하나)가 내 운명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 첫 눈에 반했다. 사귀자고 했는데 아내는 남친이 있다며 딱지를 놓았다. 그 후 형과의 식사자리에 형 후배가 동석했는데, 바로 아내였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하지 않나. 운명이라고 직감했고 쫓아다녔다. 실업팀 시절 경기 후 경기도 가평에서 경남 창원까지 택시를 타고 내려가 만날 정도였다. 스물한 살 때 실업대회 상금을 모아 차를 사주며 프러포즈해 결혼에 골인했다. 올해가 결혼 10주년이다.”


- 훈련원 시절 애틋한 사연이 있다고.

“당시 아내가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며 갓 태어난 첫 딸 육아와 경륜 훈련생이던 나를 뒷바라지했다. 훈련 후 저녁 간식으로 오렌지가 나왔는데 가족 생각에 먹을 수가 없었다. 동기들이 물어보기에 ‘가족에게 보내려고 오렌지를 모은다’고 했더니 다음날 동기들이 내 책상에 자신들의 오렌지를 두고 갔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내와 동기들에게 정말 고맙다. 나태해지려할 때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정신 재무장을 한다.” (이현구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끝내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반 바퀴를 남기고 코너에서 구사하는 젖히기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반면 스피드는 보완 과제다.”


- 평소 즐기는 음식과 취미는.

“삼겹살을 좋아해 앉은 자리에서 10인분을 먹는다. 여기에 밥 세 공기를 더 먹어야 포만감을 느낀다. 얼마 전부터 권투 도장을 다니고 있다. 체계적인 웨이트도 좋지만 이왕이면 재미있는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고 싶어서다.”


- 올 시즌 목표는.

“우선 6월 공단 이사장배(네티즌배) 입상을 노린다. 연말 그랑프리 결승에 진출해 일을 한번 내고 싶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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