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성 정체성 논란에 공식석상 첫 유감 표명
여자실업축구 2014 WK리그 미디어데이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17일 ‘디펜딩 챔프’ 현대제철과 대전스포츠토토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7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번 시즌은 9월 인천아시안게임과 11월 신설 예정인 FA컵 관계로 리그 일정을 대폭 바꿨다. 현대제철과 고양대교, 서울시청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대교와 스포츠토토가 각각 고양과 대전에서 홈경기 시범운영으로 내년 시즌 연고지 정착을 위한 준비를 갖는다.
● 공식석상에서 밝힌 첫 유감
여자축구연맹은 미디어데이 시작 전부터 박은선(서울시청)의 성 정체성 논란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의 자제를 부탁했다. 개막을 앞둔 WK리그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뿌릴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7개 구단의 감독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불참을 고려했던 서울시청 서정호 감독은 “2013년 생각하지도 않은 준우승을 하면서 연말 (박은선 관련)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7개 구단 감독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박은선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현대제철 최인철 감독이 대표 자격으로 답했다. 그는 “작년 전국체전을 마치고 안 좋은 일이 나왔는데, 은선이에 대해 안타깝고 감독 입장으로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에둘러 사과했다. 이어 “훌훌 털고 일어나서 리그뿐 아니라 대표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온 사과 발언이었다. 서 감독은 “방황을 많이 했던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는데 그런 일을 겪었다. 누굴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며 박은선의 근황을 전했다.
● 대교 차연희 “현대제철 긴장해야”
여자축구의 강자 대교는 작년 깊은 부진에 빠졌다. 정규리그에서 3위에 그쳤고,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시청에 덜미를 잡혔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5년간 3차례 우승한 강자의 위용이 사라졌다. 2012시즌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박남열 감독을 다시 데려와 정상 탈환에 나선다. 박 감독은 “항상 우승이 목표다. 부끄럽지 않은 경기로 마지막에 웃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국가대표 출신 대교 주장 차연희의 각오도 당찼다. 그는 “한번도 못 쉬어본 휴가를 작년 몰아서 받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는 3개의 별(우승)을 달았던 챔피언이다. 올해는 현대제철에 도전하는 입장이지만 긴장 많이 해야 될 것이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현대제철 주장 이세진은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면서 시즌 2연패를 자신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