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K리그 다관왕 자존심 건다

입력 2014-03-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포항 황선홍 감독(왼쪽)이 11일 AFC 챔스리그 부리람(태국)과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가지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베테랑 미드필더 김태수. 부리람(태국)|사진공동취재단

■ 포항 vs 부리람…다관왕 vs 다관왕

지난해 포항-더블 부리람-트리플 달성
오늘 ACL E조 조별리그 2라운드 격돌

포항, 2009년 챔스리그 우승 영광 재현
황 감독 “올 시즌 전체 흐름 가늠” 투지

다관왕 vs 다관왕. 포항 스틸러스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2라운드 경기(11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포항과 부리람은 완벽한 2013년을 보냈다. 포항은 정규리그와 FA컵을 석권해 ‘더블(2관왕)’을 달성했고, 부리람은 자국리그와 FA컵, 리그컵까지 모두 따내며 3관왕에 올랐다. 그래서일까. 격전을 하루 앞둔 10일 부리람 아이(I) 모바일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 팀 사령탑은 필승을 다짐했다. 포항 황선홍 감독과 부리람의 스페인 출신 알레한드로 메넨데스 감독은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포항, K리그 자존심을 살려라!

포항은 전통의 명문, 부리람은 신흥 강호다. 창단은 1973년의 포항보다 1970년 창단한 부리람이 오래됐으나 아시아클럽대항전 등 국제무대는 포항이 확연히 앞섰다. 1997년과 1998년 2년 연속 아시아클럽챔피언십(챔스리그 전신) 정상을 밟았고, 2009년 챔스리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부리람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번째 도전.

다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포항은 최근 2년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부리람은 첫 도전에서 예선 탈락했지만 작년에는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꺾고 8강에 올랐다. 선수단 구성의 힘이 크다. 부리람은 태국 대표급 선수들에 더해 스페인와 잉글랜드 등 다국적 용병들이 뒤를 받친다. 메넨데스 감독도 스페인리그 셀타비고와 R. 산탄데르 등을 이끌었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의 측근으로 정치적 입김이 센 구단주(네윈 치드촙)와 최대 맥주 브랜드 ‘창’, 일본 모터사이클 기업 ’야마하’ 등 굵직한 스폰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래도 포항이 자존심을 굽힐 수는 없는 법. 챔스리그에서 K리그 강세가 시작됐던 건 2009년 포항의 우승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포항이 길을 열자 성남 일화(현 성남FC·2010)-울산 현대(2012)가 왕좌에 올랐고, 전북 현대와 서울이 각각 2011년, 작년 준우승을 했다.

황선홍 감독은 국내 최고 지도자 중 하나다. 하지만 포항의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루과이 대표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이 나선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대회 첫 승부에서 값진 승점 1을 땄다. 안방 무승부는 만족할 수 없어도 희망은 충분했다.

부리람은 국제 대회 운영이 상당히 미숙했다. 공식기자회견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일반인들이 대거 참석해 어수선했고, 포항의 참석자 명단을 바꾸기도 했다. 주장 김태수가 아닌, 4년 전 팀을 떠난 황재원의 명패를 준비해 이를 뒤늦게 바꾸느라 한바탕 부산을 떨었다. 한술 더 떠 자신들의 인터뷰 시간을 포항과 상의도 없이 당초 약속한 오전 11시가 아닌 오후 3시로 미뤄 빈축을 샀다. 클럽 전용 모터사이클을 제작해 일반에 판매할 만큼 상술은 뛰어나지만 행정은 아직 멀었다.

포항은 배수의 진을 쳤다. 황 감독은 “부리람도 1차전에서 산둥 루넝(중국)과 1-1로 비겼다. 모두 승점 1로 원점이다. 이번 원정은 올 시즌 전체 흐름을 가늠할 아주 중요한 관문이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부리람(태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