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 고요한. 스포츠동아DB
측면 공격수로 교체 투입 극적 동점골
체격 작지만 기술·지능에 보스기질도
풀백·MF 등 전 포지션 소화 팔방미인
측면 공격수에서 측면 수비수, 중앙 미드필더까지.
FC서울 고요한(26)은 팔방미인이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이야 말로 진정한 멀티 자원이다”고 늘 말한다. 170cm, 65kg의 왜소한 체구라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뛰어난 기술과 영리한 축구지능을 지녔다. 보스 기질도 있다. 또래 사이에서는 대장 노릇을 한다. 포지션이 변화무쌍하다. 원래 오른쪽 공격수였다. 이청용(볼턴)과 친한 친구고 같은 포지션 경쟁자였다.
고요한이 외국인 공격수들에게 밀려 몇 년째 주전을 놓치자 최 감독은 2012시즌을 앞두고 측면 수비수로 변신을 권유했다. 고요한도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대성공이었다. 그는 38경기를 뛰며 팀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2013시즌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은 오른쪽 수비수로 차두리를 영입했다. 고요한은 다시 오른쪽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펄펄 날았다. 37경기에서 5골3도움을 올리며 프로데뷔 후 가장 많은 포인트를 기록했다. 국가대표에도 승선했다. 고요한은 오른쪽 수비수로 뛸 때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두 포지션으로 대표팀에 뽑히는 진기록을 세웠다.
올해 최 감독은 공격적인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고요한은 또 변신했다.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다. 공수 연결에만 집중하는 역할이 아니었다. 최 감독은 고요한에게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쳤다. 고요한은 지난 달 25일 센트럴코스트(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1차전(2-0 승), 8일 전남 드래곤즈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개막전(0-1 패) 두 경기에서 부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스가 많았다. 그는 1월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브라질-미국 전훈을 다녀오느라 동료들과 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고 체력도 떨어져 있었다.
최 감독은 11일 베이징 궈안(중국)과 챔스리그 F조 2차전 원정에서 고요한을 벤치에 앉혔다. 또 다른 포석도 있었다. 최 감독은 70분 이후 승부가 날 것으로 봤다. 히든카드로 고요한을 택했다.
서울은 초반 고전했다. 전반 20분 우타카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좀처럼 만회 찬스가 안 오자 최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9분 에스쿠데로를 빼고 고요한을 측면 공격수로 투입했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고요한은 후반 26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윤일록이 볼을 전방으로 띄우자 수비수 사이로 들어가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오른발 슛을 성공했다. 고요한은 종료직전 한 번 더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역습 상황에서 질풍 같이 달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 양즈가 악성 태클로 고요한의 돌파를 저지했다. 양즈는 퇴장 당했지만 태클 지점이 페널티박스 밖이라 서울은 땅을 쳤다. 양즈가 퇴장과 실점을 맞바꾼 것이다. 이어진 프리킥이 골문 위로 벗어나면서 경기는 1-1로 종료됐다. 서울은 1승1무로 F조 선두를 지켰다.
고요한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상황에 따라 고요한을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로 번갈아 기용할 작정이다. 고요한이 키 플레이어다. 그도 벌써 프로 9년 차다. 좀 더 강한 집중력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멀티 맨’ 고요한이 살아야 팀도 산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