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아시아 최강의 길

입력 2014-03-14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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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나쁘지 않다.
아시아 클럽 정상을 향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클럽들은 꾸준히 호성적을 내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의 청신호를 켰다.
울산 현대는 웨스턴시드니(호주)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H조 2연전에서 전승을 달렸다. 전북 현대와 FC서울은 각각 G조와 F조에서 1승1무(승점 4)로 조 선두를 질주 중이다. H조 포항 스틸러스 역시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를 상대로 1승1무를 챙겼으나 산둥 루넝(중국)에 골 득실에 뒤진 2위를 마크하고 있다.

최근 5년 연속 결승 진출 팀을 배출했던 한국 축구다.
그 중 3차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09년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한 포항을 시작으로 2010년 성남 일화(현 성남FC)가 조바한(이란)을 물리쳤다. 2011년 전북이 알 사드(카타르)에 안방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이듬해 울산이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격침시켜 자존심을 회복했다. 작년에는 서울이 결승에 진입해 최강으로 꼽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밀렸다. 아쉬운 준우승을 했다.

특히 전북과 울산의 행보가 대단하다. 무패 행진이다.
전북은 클래식 무대 개막전에서도 부산 아이파크를 완파해 올 시즌 개막 이후 치른 3경기에서 2승1무의 호성적을 냈다. 울산은 아예 3전 전승이다. 포항과 치른 올해 정규리그 개막원정에서 짜릿한 1-0 승리까지 더해 최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추이를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모든 팀들의 최대 숙원이 아시아 정복이라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결승까지 오르기 위해선 선수단의 컨디션 조절이 필수다. 최소 5월 초까지는 살인일정을 감수해야 한다.
브라질월드컵 휴식기가 주어지기까지 매주 최소 2~3경기씩 소화해야 한다.
사나흘 간격의 치열한 스케줄이 계속 이어진다.
해외 이동 2차례가 포함된 3경기 연속 원정을 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전북의 경우, 2박4일 일정으로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을 마친데 이어 다가올 주말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정규리그 2라운드)을 소화하자마자 곧바로 광저우로 향해야 한다.
정신력에도 한계가 분명 있다. 그나마 정상적인 투자를 이어간 전북은 스쿼드가 나름 풍성하기 때문에 전력을 분리해 체력 안배를 시도할 수 있었지만 순수한 국내 선수들로 짜여진 포항처럼 얇은 선수층으로는 버텨내기 어렵다.

챔스리그는 4월 말 모든 예선 라운드 스케줄이 끝난다.
이 무렵이면 선수들은 완전히 지칠 수밖에 없다. 대회 16강 라운드는 5월 초에 펼쳐진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초반 상황이 올해의 모든 걸 좌우할 것 같다”고 했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8강 이후에도 당분간 장거리 원정이 없다는 사실 정도다. AFC는 올해부터 대회 4강까지는 중동을 포함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호주 포함) 권역과 분리해 운영한다. 일각에선 아시아 축구계의 돈줄을 거머쥐고 있는 중동이 우승하기 위한 꼼수라고 하지만 순위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중동 원정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차라리 일본, 중국행이 낫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 최고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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