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비트 플렉스와 함께한 1달, 웨어러블 기기의 방향을 묻다 (1) - http://it.donga.com/17630
핏비트 플렉스를 사용한 지 어느덧 1달이 넘었다. 리뷰 기사를 일찍 내지 못한 것을 변명하자면, 웨어러블 기기의 필요성을 자세히 분석하고 싶었다. 우리는 PC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현재 과연 웨어러블 기기가 필요한가’ 의문을 갖는다. 물론 웨어러블은 앞으로 세상을 바꿀 IT 영역이다. 다만, 웨어러블 시장이 태동하는 현 시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웨어러블 기기가 사용자들에게 진정으로 유용함을 주려면, 초기 시장인 지금부터 그 가치와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핏비트 플렉스의 사용 경험을 토대로 현재 웨어러블 기기의 필요성을 논하자면,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제품에 관심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귀찮아졌다. 특히 잠을 잘 때도 핏비트를 착용하기란 무리였다. 다음 날 깨어나서 잊지 않고 착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매일매일 섭취한 음식과 물의 양을 기록하려면 정말 부지런해야겠다. 현 시점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지속적으로 적극 사용할 타겟층을 떠올린다면, 다이어트를 하고 있거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리라. (필자가 게으른 타입임은 인정한다)
웨어러블 기기의 가격은 10~40만 원 선. 중요한 것은 여기에 ‘지속 사용할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 판단은 사용자마다 천차만별로 다를 것이지만,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웨어러블 기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으면 기분은 좋겠지만 굳이 필요하지는 않아요’라고 굳어질 염려도 있다.
웨어러블 기기가 지속 사용할 가치를 발휘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웨어러블 기기를 경험한 사용자 입장에서 몇 가지 의견을 간추려 보았다. (이는 핏비트 플렉스를 넘어,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 대한 견해임을 밝힌다)
1. 큐레이션으로 사용자 맞춤 정보 제공
단순한 정보만 제공해서는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핏비트 플렉스를 사용하며 걸음 수,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 수면 패턴 등을 체크할 수 있었던 것은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정보는 사용 초기에만 신기할 뿐, 시간이 흐르면 눈길이 가지 않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응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조언을 주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 사용자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 운동 패턴을 바탕으로 한 조언은 어떨까? 가령 사용자의 운동 패턴을 분석해 “유산소 운동이 부족합니다. 오늘은 15분 조깅을 더 해보세요”라고 알람을 울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다가 점점 지쳐가는 사용자에게 “요즘에는 저를 찾는 시간이 뜸하네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어요!”하는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 심층적인 정보를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당뇨병을 앓는 환자의 식단을 분석해서 ‘오늘의 추천 메뉴’를 소개하고, ‘추천 메뉴 조리 방법’을 알려주고, 사용자가 그 음식을 먹었을 때 “오늘 노력하셨어요. 별 5개!” 등의 응원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용자에게는 경고의 빨간 등을 보여주며 “당신은 지금 충분히 아름다워요”와 같은 격려메시지를 주는 것은 어떨까.
2. 데이터 입력의 자동화
매일 먹는 음식, 칼로리, 물의 양을 기록하기. 진심으로 귀찮았다. 사용자의 신체 변화를 자동으로 측정해 이와 같은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 분석되었으면 한다. 물론,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한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제품 가격은 오르겠지만 그만큼의 가치와 편의성도 상승할 것이다.
3.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춰라
아직까지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블루투스에 연결하고 일일이 스마트폰을 확인하기란 번거롭고 복잡하다. 웨어러블 기기가 산출한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을까. 결국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PC 앞에 앉아야 한다면, 갤럭시S5처럼 심박 센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낫겠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에 의지하지 않고 주연으로 거듭난다면, 중장년층에게 큰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월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인식과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보다 40대가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이 68%, 20대 초반이 53.5%, 20대 후반이 52%로 조사됐다. 또한 ‘향후 웨어러블 기기가 IT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이 68%로, 20대(초반 45.5%, 후반 48.5%)보다 긍정적이었다.
중장년층은 청년층보다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한 연령대이며,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을 어려워한다. 만약 웨어러블 기기의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면 어떨까. 이미 웨어러블 기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웨어러블 기기에 더욱 주목할 것이다.
4. 패션 액세서리의 가치, 예쁘면 손이 간다
필수품이 아닌 물건이나 제품을 자주 이용하기란 한계가 있다. 자주 이용하는 동기 부여 요소를 찾는다면 ‘패션’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일상에서 안경, 시계, 팔찌 등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꼽히는데, 웨어러블 기기가 이와 같은 형태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웨어러블 기기도 디자인이 중요하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처럼 일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능만을 강조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기능 외 매력을 느끼도록 할 요소는 패션이다.
패션 액세서리라고 해서 디자인이 화려할 필요는 없다. 지속적으로 착용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단순하고, 오래 착용해도 쉽게 더러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이나 컨버스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제품 디자인은 단순한 경우가 많다) 이 외에, 유명 패션 브랜드와 합작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도 방법이다. 대중을 이끄는 힘 중에 하나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5. 일상에서 자주 사용할 만한 기능에 집중하라
현재 웨어러블 업계에서 지향하는 헬스케어 기능도 좋지만, 이는 건강 및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주목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웨어러블 기기가 대중화되려면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쓸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분실 방지 기능 및 스마트폰 위치 검색, NFC 교통카드 및 간편 결제 기능이 추가된다면 보다 유용하겠다. 어린이나 여성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즉시 신고할 수 있는 기능도 좋다. (물론 스마트폰에도 이와 같은 앱이 있지만, 위험에 처하면 스마트폰부터 빼앗기는 일이 많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는 몸에 착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길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화살표로 방향을 띄워 안내하는 기능은 어떨까. 방향 감각이 부족한 사람들은 스마트폰 지도를 확인하더라도 길을 찾기 어려워한다.
헬스케어 기능이 보다 유용하려면 걸음 수나 칼로리 소모를 사용자가 일일이 체크하는 단계를 넘어서, 웨어러블 기기가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조언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현재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가 더욱 발전해서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예전과는 다른 것 같아요.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세요” 같은 알림을 줄 정도라면, 세상이 바뀔 것이리라.
물론, 이 모든 것을 실현한다면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시장이 성장하려면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굳이 사고 싶지는 않아요’라는 소비자 인식을 극복해야만 한다. 현재 웨어러블 시장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다른 회사가 하니까 우리도 일단’ 이것저것 내놓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슷비슷한 제품 일색이다.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만보계 이상의 감흥과 필요성을 안겨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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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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