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밍턴-파비앙, 외국인 연예인이 말하는 한국 연예계

입력 2014-03-29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샘 해밍턴-파비앙-아비가일(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F2엔터테인먼트

샘 해밍턴-파비앙-아비가일(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F2엔터테인먼트

연예계에서 외국인 스타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과거 다수의 외국인을 패널로 출연시킨 토크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스타들이 온전한 주인공이 되어 예능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외국인 스타들은 한국어도 제법 또박또박 발음하고, 한국 고유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생활 초기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마음고생이 컸다고 한다.

스포츠동아가 창간 6주년을 맞아, 샘 해밍턴, 파비앙, 아비가일 등 ‘한국인’이 되어가는 외국인 스타 3인의 좌충우돌 한국 연예계 적응기를 들었다. 이들이 ‘가장 어려웠던 한국 연예계 문화’는 “선후배 관계”였다.

한국 연예계 외국인 스타 중 ‘베테랑’으로 꼽히는 호주 출신 샘 해밍턴(37)은 “호주에는 선후배의 개념이 없다. 오래 활동한 동료에 대해서는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깍듯이 행동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중인 프랑스 청년 파비앙(27)도 “왜 상하관계가 존재하는지 이해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2000년대 KBS 2TV ‘미녀들의 수다’로 주목받은 파라과이 출신 아비가일 역시 “한국 연예계에 잘 적응하려면 철저한 선후배 관계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촬영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도 이들에겐 생소한 광경이었다. 세 사람 중 가장 활발히 방송 활동 중인 샘 해밍턴은 “솔직히 촬영 시간이 너무 길다”고 했고, 파비앙도 “프랑스에는 정해진 촬영 시간이 있다. 새벽까지 촬영은…”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파비앙은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특유의 문화를 차츰 깨닫게 됐다고 한다.



아비가일은 한국 연예계의 특이한 점으로, 인맥도를 의미하는 ‘라인’을 꼽았다. 아비가일은 “나를 믿어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나만의 편이 생긴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연예계의 과도한 외모 지상주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연예인이라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지만 정도의 문제”라며 “연예계의 단적인 문제라기보다 사회 전체가 예쁜 것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아이돌에 대해서는 “기획사에서 마네킹처럼 예쁘고 날씬하게 꾸며주지만, 중요한 건 개성이라 생각한다. 연예인이라면 외모가 아닌 실력과 개성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부분으로 봤을 때 이효리와 씨엘(투애니원)이 멋있더라”고 밝혔다.

회식, 뒤풀이 등 술자리 기회가 많은 샘 해밍턴은 한국의 음주문화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특히 술자리 초대를 받지만, 가고 싶지 않아도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술자리에서 ‘저는 오늘 안 마실게요’라고 말 할 수 있나. 거절하기가 참 힘들다. 또 노래를 부르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시키면 안 할 수도 없어 도망친 적도 많다. 그런데 술자리가 끝나지 않고 나갔을 경우 ‘인사도 하지 않고 갔다’는 말이 돌아온다”고 했다. 샘 해밍턴은 ‘다 같이, 함께’를 강조하는 한국문화가 여전히 헷갈린다.

샘 해밍턴은 한국생활 12년, 파비앙과 아비가일은 5년째다. 샘 해밍턴은 10년 이상의 방송 경력이 쌓이다보니 제법 ‘후배’도 많이 생겼다. 그는 “후배가 생기니 내 한국 생활 초기에 봤던 선배의 마음을 알겠더라.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이런 게 아니라 내 실수를 후배가 하지 않도록 조언해주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이라고 ‘선배’를 정의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주로 출연했던 아비가일은 드라마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외국인 며느리 역할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코믹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샘 해밍턴

1997년 7월31일 호주 출생. 함께 호흡을 맞춘 신동엽과 성시경이 “외국인 흉내를 내는 한국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적 스타일을 자랑한다. 1998년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에 왔다. 2002년 SBS 한일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 리포터로 방송활동 시작. 2003년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다. 한국에 대한 애착이 커 2013년 10월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궁중의례원에서 한국인 여성과 전통혼례를 올렸다.


● 아비가일 알데레떼

1987년 3월20일 파라과이 출생. 2005년 한서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 2009년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당시 “세 명의 이모부가 모두 한국인이라 한국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까지 진학하게 됐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사회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가지며 2007년 법무부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 파비앙

1987년 10월30일 프랑스 출생. 프랑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다섯 살 때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을 알게 됐다. 2007년 프랑스 파리에서 모델로 활동하던 중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여행 목적으로 3개월만 체류할 예정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남다른 인연으로 2009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출연한 이후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제중원’ ‘닥터 진’ ‘더킹 투 하츠’ 등에도 출연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