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유희관 느린 공에 왜 쩔쩔 맬까?

입력 2014-04-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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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첫 대결서 3연타석 삼진 ‘천적’
강속구 투수 김광현엔 강해 미스터리
스윙 스피드 강점인 타자 싱커에 약점
코스와 구종 패턴 읽고 미리 노려 쳐야


넥센 4번타자 박병호(28)는 1일 목동 두산전에서 좌완선발 유희관(28)에게 3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2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빛나는 MVP 타자에게 유희관은 가히 천적이라 할 만하다. 마치 대한민국 4번타자 이대호(현 소프트뱅크)가 롯데 시절, 당시 SK에서 던지던 정대현(현 롯데)만 만나면 맥을 못 췄던 현상과 흡사하다.

박병호의 정규시즌 유희관 상대전적은 9타석 7타수 2안타 2볼넷 4삼진 타율 0.286으로 아주 약하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준PO) 이후 박병호의 유희관 징크스는 심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박병호가 프로야구 최고구위를 자랑하는 SK 좌완에이스 김광현(26) 상대로는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난달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박병호는 김광현 상대로 2볼넷을 뽑아내는 등 3타석에 걸쳐 무려 22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그런데 직구 구속이 130km대에 불과한 유희관에게는 유독 꼼짝을 못하기에 상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 왜 박병호는 유희관에게 약할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1일 유희관 선발을 앞두고 “우리 타자들 중 (유희관에게) 잘 치는 타자가 없으니 전력분석도 별 소용없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 지난해까지 넥센은 유희관 상대로 18.1이닝 동안 18안타를 쳐냈지만 홈런은 단 1개도 없었다. 3안타 이상을 기록한 타자도 없다.

이랬던 넥센이 1일 유희관을 5.2이닝 동안 10안타로 두들겼다. 김민성이 2회엔 홈런도 쳐냈다. 그러나 카운터펀치를 터뜨리진 못했다. 박병호와 강정호 등 중심타선이 찬스에서 유희관에게 막혔기 때문이다. 박병호가 3타수 3삼진, 강정호가 3타수 무안타 2삼진이었다.

SBS 이순철 해설위원은 “박병호와 강정호의 스윙 매커니즘은 ‘원 타임 스윙’이다. 스윙 스피드를 앞세워 한 순간에 타격 포인트를 잡기에 유희관처럼 싱커를 잘 던지는 투수에 대응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유희관은 몸쪽 제구력이 빼어나다. 바깥쪽 싱커에 집중하다 몸쪽 직구로 파고들면 130km 중반대라도 꼼짝 못할 수밖에 없다.


● 박병호는 어떻게 유희관을 극복할까?

박병호나 강정호 같은 파워히터는 차라리 김광현 같은 파워피처가 상대하기 더 편한 셈이다. 그러나 넥센 타선이 1일 유희관에게서 10안타를 뽑아낸 것은 두 타자에게도 고무적이다. 왜냐하면 ‘패턴만 읽으면’ 유희관도 난공불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박병호나 강정호 클래스의 타자가 유희관 볼을 치려고 타격 메카니즘을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처음부터 노림수를 갖고 들어와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코스와 구종을 미리 정해놓고 공격하라는 얘기다. 결국 유희관과의 수싸움에서 이겨야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유희관의 제구력과 자신감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유희관이 기선을 잡았지만 한방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저력을 갖고 있는 박병호이기에 둘의 대결은 언제나 긴박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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