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타자들의 괴력이 프로야구 시즌 초반 리그 전체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LG 조쉬 벨은 1일 잠실 SK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5번째로 한 경기 좌·우 타석 홈런을 날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2일에도 외국인 타자들의 홈런쇼가 이어졌다. 삼성 나바로가 대전 한화전에서 3회 앨버스를 상대로 2점 홈런(시즌 2호)을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 화끈한 타격전 야구재미↑·관중 증가
2. 토종타자 기량 향상 위한 최고 교과서
3. 강타자 극복 토종 투수들 성장 밑거름
2일까지 전체 홈런 35개 중 10개 차지
외국인타자들이 프로야구 판을 뒤흔들고 있다. 2일까지 9개 구단에서 나온 홈런수(35개) 중 외국인타자의 홈런이 10개(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LG 조쉬 벨은 1일 잠실 SK전에서 좌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등 괴력을 발휘했다. 2일에도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두산 호르헤 칸투, KIA 브렛 필이 각각 담장을 넘기며 서울과 대전, 광주에서 홈런 쇼를 계속했다.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라 속단하기 이르지만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져있고, KIA 브렛 필, 넥센 비니 로티노, 한화 펠릭스 피에 등이 거포가 아닌 중장거리 타자임을 감안하면 위력이 대단하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외국인타자의 효과도 컸다.
● 1998년과 2014년 외국인타자의 다른 점
야구전문가들은 1998년 처음으로 외국인타자제도가 도입됐을 때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OB 타이론 우즈가 한국리그 첫 해 42홈런을 때려내며 1992년 빙그레 장종훈 이후 주춤했던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에 불을 지폈다. 더불어 팀 홈런이 증가했고, 투고타저 현상을 보였던 한국야구에 공격 야구의 재미를 불어넣어줬다.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이 한국야구 인기의 중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다. 올 시즌 다시 각 구단에서 외국인타자들을 모두 1명씩 영입하게 됐지만,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각종 국제무대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에 과연 외국인타자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한국무대를 밟았던 외국인 타자들은 실패한 뒤 조용히 짐을 싸 떠났다.
● 현장이 느끼는 외국인타자의 효과는?
그러나 기우였다. 야구에서 명품투수전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지만, 화끈한 타격전에 관중들은 환호한다.
연일 터지는 외국인타자들의 불방망이에 야구 인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솔직히 놀랐다. 올해는 홈런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고, KIA 한대화 수석코치도 “이렇게까지 할지 몰랐는데 정말 잘 친다”고 혀를 내둘렀다. NC 김경문 감독은 “외국인타자 때문에 기존에 비해 홈런이 200개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타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NC 나성범은 “외국인타자들이 치는 걸 집중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배울 점이 많다. 우리 팀의 테임즈 경우도 배트스피드가 정말 빠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타자뿐 아니다. 투수에게도 외국인타자의 존재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토종 투수들이 더 강해져야 한다”며 “투수들이 강한 타자를 이겨내기 위해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강한 타자를 이겨낸다면 실력이 한층 올라간다는 의미였다.
광주|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