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지원 “쉴 새 없이 흐른 눈물, 내게도 신기한 경험”

입력 2014-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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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무지개' 후 생긴 연기열정, 너무 늦은 건 아니길"

배우들은 대표작과 대표 캐릭터를 갖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대표 캐릭터가 마냥 좋은 건 아니다. 고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돼 배우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 베테랑 배우 도지원(46)에게도 이런 고민이 있었다. '여인천하'의 경빈 박 씨가 강렬했기 때문에 이후 작품에서는 연기를 함에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도지원은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경빈의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그 결과 그는 '황금 무지개' 속 눈물의 여왕인 영애 역으로 호평을 얻어냈다.

"영애를 선택하기 전부터 감성적인 역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어요. 특히 영애는 내면에 가진 아픔을 대사나 느낌이 아니라 가슴으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고 드라마 속 모든 사건의 시작이 영애라는 점도 끌렸어요."

그의 말처럼 영애는 '황금 무지개' 안에서 일어난 비극의 시작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한주(김상중)를 버리고 선택한 남자에게서 얻은 딸 백원(유이)을 잃어버린 데서 드라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애는 정말 눈물이 많았어요. 드라마 초반에는 매 장면마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어서 '이걸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컷이 시작되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수 있었어요. 감독님도 '눈물을 좀 줄여야 겠다'고 저지할 정도였죠."

도지원은 앞서 열린 '황금 무지개' 기자 간담회에서도 "촬영장이 행복하다"고 말했을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그는 "내가 정말 영애를 아끼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이를 잃고 모성애를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그게 잘 표현이 되서 기뻤다"고 말했다.

"전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감성이 풍부한 편도 아닌데 매 회마다 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도지원에게 '황금 무지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물론 후반부에 이를수록 영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없게 되는 과정도 겪었지만 그는 '황금 무지개'라는 작품을 마음껏 누렸다.

"이제는 영애에게서 빠져나와야죠. 아무래도 배우는 몇개월을 그 캐릭터에 살다보니까 조금씩 얼굴이 변하는 것 같아요. 저도 며칠 전에 보니 영애처럼 우울한 얼굴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새는 더 많이 웃고 즐겁게 살려고 해요."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를 한 배우 도지원에게 '황금 무지개'는 어떤 의미였을까. 도지원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솟았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황금 무지개'를 하면서 영애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감성적인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는 열정도 생겼고요. 그런데 이미 제 나이가 누군가의 엄마 역을 맡아 생활연기만을 보여줄 때가 됐네요. 아쉽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작품활동을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하려고요. 안 그러면 또 영애 같은 좋은 배역이 와도 놓칠지도 모르니까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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