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거포들의 역습

입력 2014-04-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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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타자들의 홈런포가 주춤한 사이 한국 거포들의 방망이가 가열됐다. 지난 시즌 홈런왕 넥센 박병호(사진)를 비롯해 삼성 최형우, SK 최정, NC 이호준 나성범 등 토종슬러거들이 방망이를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박병호 최근 7경기 4방…선두 벨에 1개차
최형우도 3호 홈런 테임즈·칸투와 나란히

잠잠하던 최정도 부활 그랜드슬램 추격 채비
투수들, 외국인타자 분석·견제도 한몫 한 듯


개막 이후 레이스를 주도하던 외국인타자들의 홈런포가 주춤한 가운데, 한국의 거포들이 대포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홈런전쟁은 한층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외인 거포들의 공습에 자극받은 토종 거포들의 역습이 전개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홈런 레이스는 외국인 타자들의 독무대였다. 4일까지 조쉬 벨(LG)이 개막 후 5경기에서 홈런 4방을 터뜨리며 선두로 치고 나갔고, 브렛 필(KIA)도 4경기에 출장해 홈런 3방으로 열풍을 몰고 왔다. 루크 스캇(SK)과 호르헤 칸투(두산)도 대포 2방씩을 날리면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때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홈런타자들은 침묵했다. 특히 최근 2년 연속(2012∼2013년) 홈런왕과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박병호(넥센)는 개막 후 한동안 대포가 터지지 않았다. 2012년 홈런 2위이자 지난해 홈런 3위에 오른 최정(SK)도 초반엔 홈런이 감감 무소식이었다. 2011년 홈런왕이자 지난해 홈런 2위인 최형우(삼성)가 개막 후 3경기 만에 손맛을 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러나 외국인끼리의 경쟁으로 흐르는 듯하던 홈런 판도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재편되고 있다. 14일 현재 홈런 부문 상위권에 국내 선수들의 이름이 포진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벨이 5홈런으로 단독선두를 지키고 필과 스캇이 4홈런으로 뒤를 잇고 있지만, 박병호를 비롯해 강민호(롯데) 이택근(넥센)이 4홈런으로 공동 2위를 형성하며 벨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박병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개막 이후 첫 7경기에서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이후 7경기에서 무려 4방을 몰아쳤다. 6일 마산 NC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터뜨린 뒤 8일 목동 KIA전에서 2연속경기 홈런을 이어갔다. 10일 목동 KIA전과 12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장쾌한 아치를 그렸다. 몸이 풀린 만큼 이번 주에 홈런 생산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 최형우-SK 최정(오른쪽).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최형우도 시즌 3홈런으로 외국인선수 에릭 테임즈(NC), 칸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4경기서 2발의 대포를 추가한 덕분이다. 여기에 지독한 부진을 겪던 최정이 지난 주말 감을 잡아 주목된다. 최정은 개막 후 12경기에서 홈런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했지만,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첫 손맛을 본 뒤 다음날인 13일 삼성전에서 4-8로 뒤진 8회초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홈런에 대한 느낌과 자신감을 완전히 찾는 터닝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뿐 아니다. 3홈런 그룹에도 토종 거포들이 줄줄이 가세했다. NC의 이호준과 나성범은 신구 홈런포를 3방씩 가동하며 팀의 1위 돌풍을 견인하고 있다. 넥센 유한준과 두산 양의지, 한화 정현석과 김회성 등도 3발의 홈런을 생산하며 시즌 초반 홈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분석과 견제로 최근 외국인 타자들의 홈런포가 주춤한 사이, 국내 타자들이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경쟁은 발전을 낳는다. 외인 슬러거와 토종 거포들의 자존심 대결은 올 시즌 프로야구를 한층 더 풍요롭게 채색할 요소다.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가 도전과 응전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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