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Plus] 블론세이브 만드는 건 벤치의 교체 실수

입력 2014-04-2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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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윤희상은 올 시즌 4차례 등판해 20이닝 이상 던지고도 1승도 못 건졌다. 구원투수들의 블론세이브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블론세이브에 우는 선발투수들

NC 불펜 임창민·SK 박정배 다승 공동1위
20이닝 넘게 던진 윤성환·윤희상은 무승
6이닝 이상은 지켜보는 NC의 선전 교훈

선발 투수는 한 번 던지면 다음 등판까지 최소 4일의 준비 기간을 갖는다. 이 때문에 ‘거의 매일 대기해야 되는 불펜투수보다 5일에 1번씩 던지는 선발투수가 편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흔히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잘 던져서 결과가 좋았을 때 얘기다. 아예 자기가 못 던져서 등판을 망쳤으면 절치부심의 마음가짐으로 다음 등판을 준비할 수 있다. 최악은 선발이 나름 최선의 피칭을 해냈는데 구원투수나 수비가 승리를 날려버렸을 때다. 다음 등판까지 기다리는 심정이 편할 리 없다. 구원투수의 블론세이브로 승리를 반복적으로 날린 경험을 했던 투수가 나중엔 아예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현상을 곧잘 볼 수 있다.


● 올 시즌 ‘재수 없는’ 투수들

프로야구가 21일까지 총 75경기를 치렀는데 다승 공동 1위(3승)에 NC 임창민과 SK 박정배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두 투수는 불펜요원인데 선발인 롯데 유먼, 넥센 밴헤켄과 더불어 3승을 올리고 있다. 임창민은 10이닝, 박정배는 10.1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반면 20이닝 안팎을 책임진 투수 중에서 NC 이재학은 26.2이닝에서 방어율 2.70을 올렸음에도 1승(1패)이 전부다. 탈삼진 1위(27개)인 LG 류제국은 22.2이닝을 던져 0승이다. 삼성 윤성환(24.2이닝), 한화 유창식(22.2이닝), SK 윤희상(21.1이닝) 역시 20이닝 이상을 던지고도 1승도 못 건진 ‘박복 트리오’다. 특히 윤성환은 3패가 전부다. 4월13일 삼성전은 7-1로 앞선 경기를 불펜이 날리는 봉변을 당했다. 유창식은 방어율 2.78에 1패가 전부다. 윤희상도 4차례 등판에서 승률 0이다. 이 투수들의 극단적인 사례에서 불펜의 블론세이브에 따라 선발투수의 데이터가 얼마나 영향 받는지가 드러난다.


● 정말 투수교체는 이를수록 좋을까?

올 시즌 블론세이브의 전체 숫자는 15개다. 이 가운데 롯데 김성배, 넥센 손승락, 한화 송창식, 두산 이용찬이 2개씩 했다. 이 중 김성배와 송창식은 마무리에서 탈락했다. 블론세이브에 대해 각 팀 사령탑들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결과론으로 본다면 블론세이브 발생은 곧 벤치의 투수교체에 실수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투수교체가 잦을수록 불펜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감독들은 “교체는 이를수록 좋다”는 주장을 곧잘 편다. 바꾸고 망하는 것이 안 바꾸고 망하는 것보다 낫다는 지론이다.

그러나 선발을 올리면 6회까지 어떻게든 참고 두려는 NC의 돌풍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KIA는 20일 문학 SK전에서 한승혁을 6.2이닝 117구까지 뒀는데 오히려 불펜 부담을 줄인 탁월한 선택이 됐다. 블론세이브는 선발과 불펜에 모두 상처를 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의 가장 중요한 일은 투수교체”라 하는 것은 그래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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