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덕에 선수관리도 혁명…해외파 부상 실시간 체크

입력 2014-04-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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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와직염은 대개 피부의 균이 상처에 침투해 발병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 봉와직염 치료를 마친 박주영은 24일 파주NFC에서 개인훈련을 시작한다. 스포츠동아DB

■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가 말하는 브라질월드컵과 홍명보호

새벽에 영국서 박주영 전화…발 부상 알려
카카오톡으로 MRI 사진 받아 치료 계획 상의
치료만큼 재발방지 중요…이청용 등 신경써

홍명보 감독과 3번째 메이저대회 동고동락
오랜 기간 선수 부상 이력 담은 DB 큰 도움


축구국가대표팀 전담 주치의 송준섭(44·서울 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사진) 박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홍명보(45) 대표팀 감독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지만, 선수들이 먼저 ‘SOS’ 요청을 보낼 때가 훨씬 많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마주했을 때도 그의 휴대폰은 쉼 없이 울렸다. 좋지 않은 부위에 대한 조언과 정확한 처방을 구하는 몇몇 태극전사들과 이들의 지인이 걸어온 전화와 문자메시지였다. “(인터뷰 중에) 미안하다”를 연신 반복하면서도 귀찮은 내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몸을 관리하려는 선수들의 자세가 기특하다는 표정뿐이었다.

축구국가대표 전담 주치의 송준섭 박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태극전사 ‘봉와직염’ 주의보, 부상 대처부터 관리까지

지난달 23일 새벽, 한통의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잠결에 받은 전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대표팀 스트라이커 박주영(왓포드)이었다.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었다. 한국과 영국의 시차도 모를 리 없는 그가 문자도 아닌 전화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급하다는 의미였다. 즉시 부상 부위의 사진을 찍어 보낼 것을 지시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된 MRI 사진은 고름이 가득 차 있는 오른 발이었다. 발등에서 연결된 2번째 발가락이 마치 엄지발가락처럼 보일 정도로 퉁퉁 부었다.

송 박사는 “왓포드 의무진이 지시한 것처럼 부어오른 상처를 즉각 째고 고름을 빼라고 했다. 피부의 균이 번식해 상처에 침투하는 봉와직염은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다. 다만 농이 생기는 건 드문 현상이다. (박)주영이의 경우는 고름까지 찬 걸 보면 뼈나 인대로 전이될 우려가 있었다. 근육 깊숙이 균이 침투하면 발가락 절단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급한 불부터 끄고 얼마간 안정이 되면 한국에서 마무리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왓포드도, 프리미어리그 원소속팀 아스널도 치료가 우선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달 3일 급히 귀국한 박주영을 정밀 진단한 결과, 전치 6주가 나왔다. 최소 4주 이상 항생제 처방이 필요했고, 철저한 휴식도 절실했다. 여기에 심리적 안정은 필수였다. 송 박사는 “스트레스 때문에 봉와직염이 발병할 수 있다. 너무 어려서 영국에 데려갈 수 없었던 아기(딸)가 너무 보고 싶었다더라. 홀로 외롭게 치료받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마음의 위로를 찾는 것도 꼭 전제돼야 할 처방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월드컵 출전 후보군에서 박주영만 봉와직염 환자가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왼쪽 풀백 박주호(마인츠05)도 비슷한 처지다. 철저한 치료가 필요했다. 마인츠 의료진이 즉각적으로 대처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월드컵 본선에서 뛰는 데 지장이 없는지의 여부다. 송 박사도 얼마 전 대표팀 코치와 함께 독일을 방문했던 대표팀 의무담당관을 통해 박주호의 부상을 점검했고, 맞춤형 처방에 나섰다.

중요한 것은 또 있다. ‘재발 방지’다. 3월 그리스 평가전이 끝난 뒤 송 박사는 소집된 선수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면담했다. 이를 통해 맞춤형 처방을 했다. 과거 정강이 골절상을 입었던 이청용(볼턴)에게는 다리뼈에 박힌 심이 피부와 힘줄 등을 자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고, 기존 발목이 약했던 선수 A에게는 훈련과 경기 등 공식 일정 외에도 항시 테이핑을 할 것을 주문했다. 심지어 발목보조기까지 지급해 일상생활에서부터 최대한 피로를 줄이도록 했다.

송 박사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뛰는’ 선수보다 벤치에서 ‘쉬는’ 선수를 선호한단다. 경기에 나가 골맛을 보고 좋은 소식을 전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뛰지 않을 때보다는 부상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컨디션과 페이스 저하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도, 4∼5월의 부상은 치명적인 것이다.


● 스포츠 의학의 SNS 혁명, 도핑도 주의

2007년부터 대한축구협회와 연을 맺은 송 박사는 유독 홍명보호와 관계가 깊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U-20 월드컵과 2012런던올림픽을 함께 했다. 그리고 올해 브라질월드컵까지 태극전사들의 주치의를 맡게 됐으니 연령별 대표팀을 오가며 홍 감독의 3번째 메이저대회를 책임지는 셈이다. 물론 그 중간 2010남아공월드컵 때도 대표팀과 함께 했다.

그런데 4년 전과 지금, 다른 사실이 하나 있다. 선수 관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과거에는 각 구단 의무진(주치의·트레이너 등)과 선수 개인의 유선 보고에 의존했다. 직접 상태를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요즘은 어떨까. 송 박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혁명으로 선수 관리가 더욱 쉬워졌다”고 밝혔다. 박주영의 사례처럼 MRI 사진이나 상처 부위를 직접 찍은 사진을 SNS로 받아볼 수 있을뿐더러, 부상 치료와 재활 과정까지 영상화한 자료를 거의 실시간으로 전송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홍명보호와 오랜 시간 함께 했다는 것도 큰 도움이다. 여러 선수들이 과거 연령별 홍명보호 때와 교집합을 이루다보니, 선수들의 부상 이력 등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도 확실하다. 운동선수는 다친 곳을 또 다칠 때가 많은데, 과거 부상 사례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송 박사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의의는 사전 부상 방지에 있다. 미연에 예방한다고 할까. 주치의 초기 2년은 많은 실수를 했는데, 2009년 이후 자료는 완벽하게 갖췄다. 브라질에서도 코칭스태프가 선수 부상에 대한 빠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 관리와 더불어 도핑 관리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불법약물에 굉장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요즘 많은 선수들이 수시로 복용하는 영양제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송 박사는 FIFA 의무분과위원회에서 금지 품목으로 지정한 약물 리스트를 뽑아 태극전사가 먹는 약의 종류와 비교한 뒤 허용 여부를 판별한다. 송 박사는 “월드컵에선 매 경기 한두 명씩은 도핑테스트를 받을 텐데, 여기서 적발되면 쉽게 구제할 수 없다.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사전 관리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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