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운동선수 이후를 위해 학업은 필수죠”

입력 2014-04-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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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회 동아수영대회에서 남대부 자유형 2관왕에 오른 양준혁(서울대)은 ‘공부하는 태극전사’의 전형이다. 울산|전영희 기자

■ 동아수영 2관왕 서울대생 양준혁

초등학생 때부터 서울대 체교과 목표
고교시절 3시간 자며 수능 준비 병행
영어실력 쌓으려 해외유학도 다녀와
후배들에게 공부하는 선수 모범 보여

1948런던올림픽과 1952헬싱키올림픽 남자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계 미국인 새미 리(94)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땄다. 운동선수로서도 존경을 받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로도 명성을 떨쳤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최근 국내체육계에선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장 문제가 화두다. 28일 울산에서 막을 내린 제86회 동아수영대회에서도 ‘학업과 운동의 병행’에 대해 고민하는 선수가 있었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2학년 양준혁(20)이 그 주인공이다.


● ‘공부하는 선수’ 목표로 아일랜드 조기 유학

양준혁은 25일 남대부 자유형 200m에서 1분51초07로 우승한 데 이어 26일 남대부 자유형 100m에서도 50초83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2관왕의 영예를 누린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문난 유망주였다. 그러나 학업의 끈도 놓지 않았다. 이미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동기계’가 되진 않겠다고 다짐하며 서울대 체교과를 목표로 삼았다. 부모도 적극적으로 아들의 꿈을 후원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아일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영어 실력만이라도 확실히 쌓아주자는 취지였다. 일부러 외국인학교 대신 현지학교를 택했다. 그곳에서 2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양준혁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됐는데, 처음 몇 달 동안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6개월이 흐르니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태릉의 공부벌레, 태극마크 달고 주경야독

양준혁은 경기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5월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새벽 4시30분 기상해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밤 9시가 되는 날도 있었다. 이 때부터 내신과 수능시험 공부를 시작하면 새벽 1시를 훌쩍 넘기곤 했다. 3시간밖에 못자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 컨디션이 좋을 리 없었다. 기록은 정체됐고, 결국 이듬해 9월 이후에는 대표팀의 호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양준혁은 “어차피 운동은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와 함께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공부하는 선수의 롤 모델

양준혁은 수시전형으로 2013년 서울대 체교과에 입학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역 점수는 100점 만점에 94점. 당당히 1등급이었다. 이번 대회는 공교롭게도 중간고사 기간과 겹쳤다. 개막 전날인 23일에는 기계체조 시험을 치르고 울산으로 내려왔고, 폐막 다음 날인 29일에는 운동역학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양준혁은 “최근 1주일간은 운동과 시험공부를 병행하느라 새벽 4시 이전에 잔 적이 없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그는 롤 모델이다. 제86회 동아수영대회 최우수선수 이다린(15·서울체중)은 대학에서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다. 양준혁은 “후배들에게 운동선수 이후를 위해서라도 공부는 필수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 역시 어렴풋이 교수의 꿈을 꾸고 있다. 7월 대표선발전도 잘 준비해서 인천아시안게임 자유형 100m와 200m에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울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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