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국가대표 임다솔이 박근혜 대통령에 쓴 편지. 계룡대수영장 운영 중단 이후 훈련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스포츠동아DB
충남 계룡지역 학생들 훈련공간 잃어 한숨
“박근혜 대통령님, 제발 운동할 곳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이요.”
제86회 동아수영대회 첫날 경기가 열렸던 24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 여자 배영 200m 한국기록(2분12초03) 보유자 임다솔(16·계룡고)은 여고부 배영 200m 결선에서 2분14초72로 우승했다. 그러나 1위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최근 충남 계룡 지역 학생선수들의 훈련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임다솔은 용기를 내 대통령에게 편지(사진)를 썼다. 아직 편지를 부치지는 못했다.
계룡시의 초·중·고선수는 국가대표 임다솔까지 총 27명. 이들은 3월초까지 계룡대근무지원단에서 관리하는 계룡대수영장에서 훈련했다. 계룡대수영장은 계룡시에서 유일한 훈련공간이었다. 그러나 3월 14일 수영장 내 닥트(공기배출구)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계룡대는 외부업체에 추가 안전진단을 의뢰했고, 3개월의 정밀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영장 운영은 전면 중단됐다. 현재 선수들은 왕복 2시간 거리의 금산으로 이동해 훈련하고 있다.
계룡시 수영 관계자는 28일 “닥트가 떨어지기 전부터 조짐이 있어 군부대에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떨어져 다행이었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정밀진단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훈련공간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탄식했다. 이에 대해 계룡대 정훈공보실 관계자는 “수영장 관리자에게 확인한 결과, 닥트가 낙하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 계룡대 수영장은 훈련시설이 아니라, 본래 군부대 장병과 그 가족들을 위한 복지시설이다”고 설명했다.
매일 왕복 2시간의 장거리 원정을 하다보니, 훈련 효율은 현저히 떨어져있다. 임다솔은 “평일엔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지만, 주말엔 집으로 간다. 계룡대 수영장이 개방돼 있을 때는 주말에도 꾸준히 운동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처지다. 그래도 난 주중엔 진천선수촌에 있지만, 후배들은 어떤가. 그 어린아이들도 다 꿈이 있는데…. 너무 피곤해하다보니 아픈 선수도 늘었다. 다른 어떤 지원보다 지금은 수영장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도 일이 해결되지 않으니, 박근혜 대통령께서 꼭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울산|전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