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란히 10승을 올리며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두산 유희관(왼쪽)과 NC 이재학이 5번의 선발 등판에서 각각 QS+(7이닝 3자책점 이하)를 4차례 기록하며 이닝이터와 팀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유희관 완벽 제구·이재학 명품 체인지업
각각 QS+ 4차례씩 기록하며 선두 경쟁
7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에이스 척도
2010년 류현진 QS+ 22회로 ‘괴물 본색’
두산 유희관(28)과 NC 이재학(24)의 새로운 대결이 흥미롭다. 유희관과 이재학은 지난해 나란히 10승을 올리며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방어율 2.88로 2위를 차지한 이재학이 유희관을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 선발로는 풀타임 2년차인 두 선수가 올 시즌 또 한번 격돌하고 있다. 28일 현재 유희관은 3승 무패, 방어율 2.04를 기록 중이다. 방어율 부문 1위다. 이재학은 2승1패 방어율 2.34다. 방어율 부문 3위에 올라있다. 눈길을 끄는 건 두 투수의 ‘QS+(퀄리티스타트 플러스)’다. 유희관과 이재학은 5경기에 출전해 각각 QS+를 4경기씩 기록했다. ‘QS+’는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준으로 삼는다.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QS’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기록이다. 선발투수가 QS+를 기록하면 불펜투수들은 2이닝만 책임지면 된다. QS+가 많은 투수는 각 팀의 에이스로 격상되고 이닝이터로 평가받는다. 좋은 구위와 제구력에 운영능력이 갖춰져야 세울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인왕을 겨뤘던 유희관과 이재학의 격돌 2라운드가 흥미롭다.
● 유희관 ‘4연속경기 QS+ 행진’
유희관은 데뷔 이후 기록한 11차례의 QS가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진 QS+다. 26일 NC를 상대로 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3승째를 올렸다. 시즌 첫 등판인 4월 1일 넥센전에서 5.2이닝을 던진 뒤 연거푸 4경기에서 QS+ 행진을 펼쳤다. 6일 KIA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고, 15일 삼성전에서는 데뷔 첫 완봉승을 노렸지만 9회 2사후 나바로에게 아쉽게 홈런을 내줬다. 8.2이닝 1실점에 만족했다. 20일 롯데전에서도 7이닝 1실점했지만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QS+의 관건은 투구수다. 이닝당 투구수를 최대한 줄여야하고 볼넷도 적어야 한다. 타자를 이길 수 있는 구위와 제구력, 여기에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유희관은 명품 직구를 던진다. 구속은 130km대 초반이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무브먼트가 있다. 싱커와 슬라이더, 커브도 주무기다. 그가 더욱 돋보이는 건 제구력이다. 35.1이닝 동안 단 6개의 볼넷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WHIP(이닝당출루허용)가 0.99밖에 되지 않는다. 리그 1위다. 이닝당 투구수는 14.9개로 세 번째로 적다.
또 하나의 장점은 도루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희관은 145이닝을 던지면서 8개의 도루만 내줬다. 도루 5개를 허용한 찰리(NC) 다음으로 적었다. 올해는 5경기에서 도루 1개를 허용했다. 견제와 슬라이드스텝이 좋아 상대가 도루시도를 쉽게 하지 못한다.
지난해 7차례의 QS+에 성공한 유희관이 올해는 벌써 4차례의 QS+를 연속으로 기록했다. 2010년 류현진 이후 5연속경기 QS+를 보여준 왼손투수는 없다. 유희관의 가치는 던질수록 빛이 나고 있다.
● 이재학 ‘더욱 강해진 신인왕’
이재학은 국내최고의 서클체인지업을 던진다. 경기 전부터 상대타자들은 그의 체인지업에 주눅이 든다. 이재학도 올 시즌 5경기에 나가 4차례 QS+를 기록했다. 시즌 첫 등판인 KIA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 6일 넥센전에서는 8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두 경기 연속 호투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12일 LG전에서 7.2이닝 1실점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18일 삼성전에서는 4이닝 동안 홈런 3개를 맞고 5실점했다. 하지만 곧바로 페이스를 찾았다. 23일 SK전에서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4차례의 QS+ 가운데 2차례는 8이닝을 던졌다.
이재학은 공격적인 투수다. 올 시즌 그의 이닝당 투구수는 14.4개로 가장 적다. 지난해 16.3개와 비교하면 거의 2개를 줄였다. 올해도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던지고 있다. WHIP는 1.15(5위)로 준수하다. 이재학 역시 도루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올 시즌 등판한 5경기에서 3차례의 도루시도가 있었지만 2개를 저지했다.
이재학은 서클체인지업의 구사율이 상당히 높은 투수다. 전체 투구수의 50%를 웃돈다. 그의 계획은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을 좀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여유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재학은 현재 ‘투 피치’로도 강력하다. 그의 체인지업은 노리고 있어도 치기 어렵다는 게 타자들이 한결같은 이야기다.
지난해 이재학은 24차례의 선발등판에서 17번의 QS를 했다. QS+도 7차례나 기록하며 이닝이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신인왕 이재학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다. 그는 던질수록 강해지고 있다.
● 류현진 ‘2010년 22회 QS+’
류현진(27·LA 다저스)은 한화 시절이던 2010년 23연속경기 QS를 기록했다. 단일시즌 23연속경기 QS는 메이저리그 기록인 22연속경기 QS를 뛰어넘는 대기록이었다. 2009년부터 이어온 29연속경기 QS도 역시 세계 최초의 기록이다.
그가 2010년 기록한 23차례의 QS 가운데 22회는 QS+였다. 23연속경기 QS를 기록하면서 단 1경기에서만 6이닝을 던졌다. 연속경기 QS+ 기록은 11경기다. 류현진에 근접한 연속경기 QS+는 손민한(NC)이 기록했는데, 2008년 18차례의 QS+ 가운데 10연속경기 QS+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는 찰리가 14차례로 가장 많은 QS+를 기록했고 국내투수 가운데는 윤희상이 10차례로 가장 많았다.
2007년 이후 QS+를 20회 이상 기록한 투수는 2007년 두산 리오스(21회)과 류현진, 2012년 넥센 나이트(20회) 세 명이다. 최근 3년 동안 국내 투수 최다연속경기 QS+는 2011년 두산 김선우(현 LG)와 2012년 KIA 서재응이 기록한 5연속경기다.
유희관과 이재학의 연속되는 QS+가 주목받고 있다.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모든 선발투수의 희망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