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가장 행복한 17번째 생일”

입력 2014-04-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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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사진제공|LPGA

■ LPGA 프로 데뷔 첫 승…통산 3승째

프로 전향 단 6개월 만에…‘무서운 10대’
2012년 웨일스여자오픈 최연소 우승컵
타임지 ‘영향력 인물’ 선정 등 이미 주목

“아버지가 직접 경기 관전한 건 두 번째
신기하게도 이번엔 떨지 않고 우승까지”

“가장 행복한 생일이 됐다.”

한국출신 뉴질랜드 선수 리디아 고(17)가 미 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우승상금 27만 달러)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24일 17번째 생일을 맞았던 그는 우승으로 생일을 자축했다.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11언더파 277타로 2위에 올랐다. 아마추어 시절 두 번(2012년, 2013년)이나 LPGA 우승 경험이 있는 리디아 고는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한 뒤 약 6개월 만에 첫 승을 신고하면서 ‘무서운 10대’의 위력을 보여줬다.


● 우승의 기쁨 아버지께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스테이시 루이스를 압박하며 위기로 몰아갔다. 13번홀(파4). 공동 선두이던 루이스가 보기 위기를 맞자 버디를 성공시켰다. 흔들린 루이스는 파 퍼트를 놓치고 말았다. 순식간에 2타 차 단독 선두가 됐다. 14번홀(파5). 루이스가 버디를 잡자 리디아 고 역시 버디로 응수했다. 계속해서 2타 차 선두가 유지됐다. 16번홀(파4)에서 루이스가 버디로 추격했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18번홀(파4) 루이스가 두 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리디아 고는 러프에서 홀을 공략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슷한 거리에 공을 세웠다. 그리고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그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프로 데뷔 첫 승이자 LPGA 통산 세 번째 우승 순간이었다.

리디아 고는 최근 부진했다. 기아클래식 공동 61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9위 그리고 롯데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2위에 그쳤다. 프로 무대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려던 찰나 우승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리디아 고는 우승의 기쁨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리디아의 아버지 고길홍 씨는 이날 경기장을 찾아 딸의 우승을 응원했다. 직접 경기를 관전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평소엔 어머니 현봉숙 씨와 투어를 함께 다닌다.

리디아 고는 “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버지는 내게 매우 특별한 존재다. 어머니는 항상 나와 함께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면서 “아버지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내 경기를 지켜보셨다. 지난주에는 아버지가 지켜본다는 생각에 떨려서 제대로 퍼트를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신기하게도 퍼트가 잘 들어갔고 탭인 버디도 많이 넣게 됐다”며 우승의 기쁨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 17세 소녀의 예정된 우승

아마추어 시절부터 리디아 고의 활약은 대단했다. LPGA 투어에서만 두 번이나 대기록을 작성했다. 2012년 15세4개월2일의 나이로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1년 뒤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면서 아마추어로 LPGA 투어에서 2승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앞서 2012년 1월에는 호주에서 열린 뉴 사우스 웨일스 여자오픈에서 세계 프로골프 사상 최연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만 14세9개월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기록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22일 프로 전향을 선언한 리디아 고는 프로 데뷔 47일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4시즌 개막전에서 우승을 신고했다. 이 기록은 김효주가 갖고 있던 KLPGA 프로 데뷔 최단기간 우승인 2개월 17일을 약 1개월 앞당겼다. LPGA 투어 우승은 프로 데뷔 6개월, 9경기 만에 이뤄냈다. 만 17세3일에 LPGA를 제패했다.

이번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그의 앞엔 박인비(26·KB금융그룹) 뿐이다.

한편 리디아 고는 17번째 생일인 24일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한국계로 유일하게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리디아 고를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추천한 안니카 소렌스탐은 “탁월한 재능과 성숙미를 갖춰 골프팬들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선수”라고 이유를 밝혔다.


리디아 고(고보경)는? 1997년 4월24일 출생(서울)/ 2004년 뉴질랜드 이민/ 2013 LPGA 입회/ 2012 호주 아마추어여자골프선수권 우승/ 2012 호주여자골프 뉴사우스웨일스오픈 우승/ 2012 제112회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 우승/ 2012 LPGA투어 CN 캐나다여자오픈 우승/ 2013 LPGA CN캐나다여자오픈 우승/ 2013 KLPGA 스윙잉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우승/ 2014 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우승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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