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여자배구의 미래, 프로·실업 상생에 답있다

입력 2014-05-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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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유광우-현대건설 염혜선(오른쪽). 스포츠동아DB

양산시청, GS칼텍스에 세터 정지윤 조건없이 내줘
고교 졸업 후 프로팀 못 가면 암담…저변 확대 절실
FA 유광우 1차 협상서 3억5000만원 삼성화재 잔류
배구협회 임태희 회장 사퇴로 배구회관 문제 새 국면


새로운 시즌을 향한 V리그 팀들의 재정비가 한창이다. FA선수 1차 협상은 10일 오후 6시로 마감됐다.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다. 2차 협상은 20일 오후 6시까지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사상 2번째 여자선수 출신의 박미희 감독을 영입하고 전력보강에 한창이다. 구자준 총재의 연임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진 한국배구연맹(KOVO)은 15일부터 1박2일의 일정으로 통합 워크숍을 진행한다. 배구회관 문제로 복잡한 대한배구협회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임태희 회장이 사퇴하기로 했다.


● 프로와 실업배구의 상생, 이제는 생각해봐야 할 때

GS칼텍스가 베테랑 세터 정지윤과 2014∼2015시즌 계약을 맺는다. 2013∼2014시즌 이나연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GS칼텍스는 양산시청에서 정지윤을 긴급 수혈해 챔피언까지 차지했다. GS는 이숙자가 은퇴해 정지윤이 계속 필요했다. 최근 양산시청과 협상을 마쳤다. 양산시청은 조건 없이 보내줬다. 베테랑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프로 무대에서 뛸 기회를 열어준 결단에 박수를 보내지만 생각해볼 여지는 많다.

그동안 몇몇 프로팀에서 실업팀 선수를 데려갔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업팀의 불만은 크다. “필요할 때는 땜질용으로 선수를 데려가고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버리는 행태”라고 분개했다. 고교팀에게는 신인 드래프트 뒤 지원금을 주지만 실업배구팀에는 아무런 혜택도 없다. 프로팀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실업팀에서 선수를 빼가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소한 육성의 대가는 줘야 한다. 현재는 신인선수들에겐 계약금도 주지 않고 학교에만 지원금을 줘 정작 중요한 선수들에게는 혜택이 없다. 권리가 없는데도 계약기간은 프로팀이 마음대로 정하는 시스템 때문에 김연경 파문 같은 갈등이 싹튼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은 프로구단이 드래프트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수의 모든 권리를 구단이 가져간다.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 한계의 여고팀과 선수들 탈출구가 없다

현재 여자부 실업팀은 7개다. 양산시청을 시작으로 수원시청, 포항시, 대구시, 부산시, 인천시, 광주시 체육회 팀이 있다. 이 가운데 몇몇은 전국체전용으로 대회를 앞두고 선수를 임시로 모아 경기에 참가할 뿐이다. 평상시에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팀은 양산시청 등 4팀뿐이다. 숙소가 없어 서울과 경기도 인근의 여고팀 체육관에 모여 부정기적으로 훈련하고 경기만 하는 지방 팀도 있다. 대우도 그리 좋지 않지만 프로팀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프로 구단은 “선수들이 조금 힘들면 쉽게 배구를 포기한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선수들의 프로의식도 생기지 않는다. 여자대학팀도 5개 팀 밖에 없다. 최근 한 대학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여고 선수들이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면 실업팀이나 대학팀으로 가는 길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그 길마저 좁다. 갈수록 여자배구 저변이 줄어드는 이유다. 선수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실업팀에게 배려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때다.


● FA 1차 협상 마감

관심을 모아온 FA 1차 협상이 10일 오후 6시로 마감됐다. 남자는 8명 가운데 3명이 원소속 팀과 협상을 마감했고 여자는 13명 가운데 8명이 1차 계약을 완료했다. <표 참조>

이번 FA협상에서 가장 관심이 컸던 삼성화재의 유광우는 3억5000만원으로 계약을 맺었다. 대한항공 한선수가 받았던 5억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샐러리캡 소진율이 한계에 다다른 팀 형편 때문이지만 유광우가 삼성화재에 잔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여자는 현대건설이 세터 염혜선을 주저앉히는데 성공했다. 국영준 사무국장이 염혜선의 고향 목포까지 찾아가서 공을 들인 끝에 1억5000만원에 도장을 받아냈다.


● 임태희 회장이 사퇴 표명한 대한배구협회의 앞날은?

대한배구협회가 13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연다. 임태희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배구회관 구입과 관련한 여러 문제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임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종경 전무를 통해 사임의 뜻을 전했고 회장단은 이 의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문제는 임 회장의 사퇴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구회관 문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라는 배구인들의 인식이 임시 대의원총회의 결말을 예상 못하게 만든다. 특히 회관 구입을 놓고 찬반토론을 벌일 때 나왔다는 한 인사의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되사겠다’는 발언의 진위여부가 중요해졌다. 과연 그 발언이 진짜인지, 만일 진짜라면 그 발언을 한 당사자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전망이다. 배구인들이 피땀 흘려 모아놓은 기금이 사라져버린 현실 때문에 누구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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