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3, '무모한 촬영기' (3) 화산에서 지새운 밤, 망각의 해변

입력 2014-06-13 18: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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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에 삽입된 LG G3로 촬영한 원본 사진은 '여기'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롬에서 더욱 원활합니다)

1부: LG G3, '무모한 촬영기' (1) 스마트폰으로 화산을 찍는다고? - http://it.donga.com/18288
2부: LG G3, '무모한 촬영기' (2) 스마트폰으로 화산을 촬영하다 - http://it.donga.com/18313

Day 4. 05/14

화산에서 지새운 밤


‘위이이이이이잉….’

한밤이 되자, 앰브림 화산 정상에서 부는 바람은 더욱 거세게 휘몰아쳤다. 바람소리가 펄럭, 펄럭거리는 것을 넘어서 우르르르릉 울부짖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만큼 이따금씩 비가 내렸는데, 사정없이 텐트를 두드리다 못해 뚫어버릴 것 같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소리는 이따금 용암이 끓는 소리와 유사해, 종종 몸서리쳐지기도 했다. 용암호수는 바라볼 때는 찬란하게 아름답지만, 보금자리를 뒤덮는다는 생각이 들 때면 끔찍한 법이니까.


5시 20분. 간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증기에 비친 용암호수의 붉은빛이 아련하게 남아 있었다. 분명 아름다웠지만, 만약 혼자였다면 산 제물로 바쳐진 양 섬찟할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함께하는 일행들이 새삼 고마웠던 순간이었다.

(본 기사에 삽입된 LG G3로 촬영한 원본 사진은 '여기'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롬에서 더욱 원활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6시. 불과 40분이 지났을 뿐인데 용암호수가 만들어내던 붉은 노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날씨는 지독하게 흐렸다. 비도 여전했다. 아, 가혹하다. 얼른 내려가서 다른 일정도 소화해야 하는데. 넷째 날임에도 불구하고 G3로 촬영을 담당하는 박정원 사진작가와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오늘은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현장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일행이 말했다.

“이 정도면 날씨 괜찮은데요. 오늘 내려갈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이게 날씨가 좋은 거라고요?”
“여기 오래 있다 보면 느낄 거예요. 여기는 매일 흐리기 때문에, 웬만해선 흐린 것도 아닙니다”

분명 하늘은 뿌옇고 간간히 비가 내리는데 “오늘 날씨 좋은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났다. 생존 본능일까, 필자 역시 차츰차츰 ‘그…래… 이 정도 날씨는 좋은 것’이라고 적응하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일행들이 깨어났다. “굿모닝!” 뿌연(?) 날씨에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안경을 닦으려 하자, 사람들이 황급히 말렸다.
“안경 그냥 닦으면 안 돼요, 절대”
“왜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용암에서 날아온 현무암 성분이 안경에 붙어 있어요. 그냥 닦았다가는 돌로 안경을 긁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저도 안경 다 망가졌어요. 일주일 전에 안경 바꿨는데… 흑!”

이것이 안경을 망가뜨린 일행이 종일 선글라스만 쓰고 있었던 이유였다. 정 안경을 닦고 싶다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그대로 말린 뒤 써야 한다고. 카메라 렌즈는 바람을 불어 현무암을 날린 뒤 조심스레 닦아야 한다.


이렇듯 화산에는 잘 보이지 않는 현무암들이 많았다. 바람이 워낙 세게 불다 보니, 바람에 용암이 날려 바늘처럼 뾰족하게 굳은 현무암인 ‘필라’도 있었다. 필라 역시 현무암의 일종이다. 화산에 왔을 때 손에 가시가 찔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시가 아닌 필라였다.


화산의 척박한 환경을 짐작케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용암호수는 아황산가스를 하염없이 분출한다. 황 성분 때문에 철로 된 물건들은 이틀만 지나도 녹슬어 버린다. 화산을 촬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새삼 실감했다.


모험가들의 본업은 개그맨?

어제부터 범상치 않았지만, 일행들의 유머 감각은 남달랐다. 덕분에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침 식사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스콧: “굿모닝!”
파일럿 빈: “(피곤에 지친 일행을 보고) 잠 못 잤어요? 헬리콥터 끌다 지친 사람 같아요, 기운 좀 내 봐요!”
그는 정말로 영차, 영차, 헬리콥터를 끄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웃었다.

농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빈: “픽업하러 왔다가 여기서 밤까지 지새우다니… 헬리콥터 사용료 더 주세요!”
제프: “아니, 화산에 주차하는 비용이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 나한테 돈을 더 내야죠!”

빈: “나 화장실 갈래. 화장실에 누구 있어요?”
스콧: “브래디가 있는데… 글쎄, 오늘 중엔 절대 안 나올걸요?”

아침 식사는 빵과 커피. 스콧이 빵에 고추장을 발랐다. 일행이 “앗, 그거 케첩 아닌데, 많이 매울 텐데”라며 말리자, 브래디가 아쉽다는 듯 바라보았다.
브래디: “쉿! 쉿! 말하지 말지. 아깝다!”
모두가 숨죽이며 스콧이 빵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원래 매운 것을 잘 먹는 그는 시선을 즐기며 말했다. “완전 맛있는데?”

일행들이 소소한 농담을 던지며 웃고 있는데, 제프가 웬 커다란 물체(?)를 손가락으로 집어 밖으로 걸어나갔다. 이게 뭐지? 설마! 어제 말했던 쥐였다. 식량 상자에 함께 따라 들어왔다가 도망쳤던 쥐를 잡은 것. (안타깝지만 베이스캠프의 식량을 갉아먹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갑작스런 쥐의 등장에 꺅, 꺅, 기겁을 했더니, 그 장면을 브래디가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베이스캠프 뒤편에 쥐가 살아있는 것처럼 전시(?)를 해 두었다. 다시 한 번 보고 놀라라고.


“그러고 보니 안타깝네요. 저 쥐도 화산에 도착하는 순간, 이런 생각 하지 않았을까요? 이 산이 아닌가베, 내가 잘못 왔구나!”

따뜻한 사람들이여, 안녕

오전 10시 20분, 기적처럼 포트빌라로 출발할 수 있었다. 화산을 떠난다는 것은 고생스러운 산을 하나 넘었다는 뜻이지만, 그와 동시에 제프 일행과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 함을 의미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따스한 웃음을 주던 사람들, 긍정적인 에너지로 넘쳐나던 사람들. 그들은 지금도 타인에게 희망을 주는 사진을 찍으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현실의 비현실, 세이렌의 노래를 듣다

앰브림 화산에서 내려와 곧장 향한 곳은 ‘렐레파(Lelepa)’ 해변. 이 곳은 바누아투의 여러 자연 경관 중에서도 조용하고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장소다. 렐레파 해변에 가려면 작은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한다.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정박지에서 보는 풍경부터 유화처럼 선명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비현실적이었다. 배가 지나가며 가르는 물결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딧세우스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딧세우스는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노랫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마녀 ‘세이렌’을 맞닥뜨린다. 세이렌의 노랫소리는 워낙 아름다워, 듣는 이들이 바다에 뛰어들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한다. 하지만 오딧세우스는 자신과 선원들의 몸을 배의 돛대에 결박해, 바다에 뛰어들지 않고 살아남았다. 렐레파 해변으로 향하는 바다의 아름다움은 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잘 어울렸다.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을 가까스로 억제하고, 그 대신 이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보기로 했다. 모터로 작동하는 배라서 움직이는 속도는 매우 빨랐고, 배가 가르는 파도의 모양새도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하지만, G3에는 ‘OIS+’와 ‘레이저 오토 포커스’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OIS+는 사진이 흔들리지 않도록 떨림을 보정하고, 레이저 오토 포커스는 스마트폰 후면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 순식간에 초점을 맞춰주는 기술이다. 따라서 움직이는 배 위에서 출렁이는 파도를 포착했지만 흔들림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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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렐레파 해변

순수의 절정, 맑음의 이데아, 평화가 깃든 곳….

이윽고 도착한 렐레파 해변의 모습. 만약 바다의 모습도 사람처럼 묘사할 수 있다면, 렐레파 해변은 천진난만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곳은 순수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에메랄드 빛과 투명한 물빛, 그리고 바닥에 잠든 조약돌과 산호의 하얀 빛깔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었다. 다만, 화려하기보다는 수수한 아름다움에 가까웠다. 오후의 햇살이 비칠 때에도 그 빛을 찬란하게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수줍게 반짝임을 머금었을 뿐이었다. 바다 내음마저 짙지 않고 은은했다. 파도 소리는 속삭이듯 잔잔해 자장가처럼 듣다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기에,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아이들이 뛰어와 바다에 몸을 담갔다. 까르르 번지는 웃음소리는 순박 그 자체였다. 만약 세상의 끝이 있다면 여기일까. 좀 더 작은 아이들은 흙장난을 하며 칭얼댔다. 자그마한 소라게들은 아이들이 가르는 하얀 모래 사이를 엉금엉금 기었다.



G3, 평화를 담다

바누아투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우리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으레 얼굴을 가리거나 도망을 치지만, 바누아투 사람들은 다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연스레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자신의 모습이 나온 것을 보여주면 빙그레 웃으며 기뻐한다.

이렇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일행 중 한 사람이 G3의 ‘셀피(Selfie) 카메라’를 알려주었다. G3에는 셀피를 찍을 때 화면 앞에 손바닥을 비춘 뒤 주먹을 쥐면, 3초 뒤 사진이 찍히는 기능이 있다. 이를 이용하면 힘들게 손을 뻗어 촬영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셀프 촬영을 할 수 있다. 새로운 기능인데도 한 번 알려주니, 아이들이 자그마한 손바닥을 펼치며 금세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런 평화로운 모습들이 모든 것을 잊게 했다. 무서우리만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짜도, 시간도, 해야 할 일도, 온갖 욕심이나 고민도, 명상이나 사색조차 스르르 사라졌다. 그 대신, 망각이라는 힘이 모든 것을 치유하게 했다. 풍경 자체가 치유의 기운을 발휘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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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을 보정하는 ‘OIS+ 카메라’

아이러니하게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G3 프로젝트에서는 드론 촬영도 함께 진행했다. 그런데 G3에 탑재된 OIS+ 카메라에도, 드론에도, 흔들림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두 기기가 흔들림을 보정하는 기능이 이중으로 적용돼, 오히려 동영상에 물결이 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기기의 문제가 아닌, 오히려 G3와 드론 모두 흔들림 보정 기능이 탁월해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드론 촬영을 담당한 최명규 감독님이 LG전자 연구원에게 물었다.
“혹시 카메라에서 OIS+ 기능을 켜고 끌 수도 있나요?”
“OIS+ 기능을 켜고 끌 수는 없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모두 적용된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기능이 좋아도 문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최 감독님은 “G3에서 흔들림을 방지하는 기능(OIS+)은 탁월해요. 사진 촬영을 어려워하는 일반인에게 유용한 기능입니다. 다만 이번 상황은 특수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네요. 정글 촬영 때, 드론에서 흔들림을 보정하는 기능을 끄고 다시 시도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벌써 내일(15일)은 바누아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로, 정글을 탐험하기로 예정되었다. 과연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을까?

* LG G3, '무모한 촬영기' 4부 기사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기사는 총 4부작입니다)
* 본 기사는 LG G3로 화산을 촬영한 취재기를 기행문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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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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