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영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야구하는 고3 아들이 첫 승 더 기뻐”
시즌 두 번째로 승리투수가 되던 날, 아버지는 아들의 축하를 기대했다. 681일 만에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 8일 만에 다시 따낸 승리. 나이 마흔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아버지에게는 1승, 1승이 마치 처음인 것처럼 값지다. 그러나 경기 후 아버지는 더 기쁜 소식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다리던 아들의 첫 승전보가 때마침 같은 날 전해졌기 때문이다. KIA 최영필(40·사진)과 제물포고 3학년인 장남 종현(18) 부자의 이야기다.
최영필과 종현 군은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부자 사이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야구를 시작한 아들은 남다른 재능을 뽐내며 우완 정통파 투수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최영필은 “투구폼도, 스타일도 나와 판박이”라고 했다. 아버지도 언젠가부터 ‘단 1년이라도 아들과 함께 프로에서 뛰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한화에서 FA(프리에이전트) 미아가 돼 1년을 외국 리그에서 떠돌고, SK에서 재기했다가 다시 방출된 후에도 현역 복귀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이유다. 아들 역시 아버지 곁에서 함께 운동하고 격려하며 늘 힘을 불어 넣었다.
경희대에서 투수 인스트럭터를 겸하면서 훈련에 매진했던 최영필은 결국 올해 초 KIA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6월 1일에는 마침내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이후 성적은 7경기에서 2승 무패 3홀드, 방어율 0.82. 연쇄 부진했던 KIA 불펜에 베테랑의 경험과 새로운 자극을 불어 넣었다.
아빠가 살아나자 아들도 기지개를 켰다. 최영필은 “사실 종현이가 고3이라 올해가 프로 지명에 정말 중요한 해인데도 몸상태가 좋지 않아 계속 등판하지 못했다. 이제 딱 한 게임을 던진 게 전부”라고 했다. 그게 바로 15일 성남 탄천구장에서 열린 2014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율곡고와의 경기였다. 선발로 나선 아들 종현은 첫 경기부터 6.1이닝 6안타 7삼진 2볼넷 4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져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그날 사직구장에서 2이닝을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챙겼다. 최영필은 “아빠가 승리했다고 축하해주길 바랐는데, 본인이 이기는 바람에 그게 더 신난 것 같더라”고 말하면서도 입가에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