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현택. 스포츠동아DB
오현택 “야수들 고생하지 않게 최선”
“선발이라고 생각 안 하고 원래 보직인 롱릴리프로서 길게 던진다고 생각할 겁니다.”
5선발로 잠정 결정된 두산 오현택(29·사진)의 각오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노경은(30)의 부진이 깊어지자 불펜으로 내리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후 구멍 난 선발 자리를 메울 후보로 홍상삼(24), 김강률(26), 오현택이 거론됐고, 송 감독의 최종선택은 오현택이었다. 송 감독은 그동안 5선발 후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오현택이 1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불펜피칭을 하는 등 본격적인 선발 준비에 나서면서 기정사실화했다.
오현택은 올 시즌도 팀 허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성적은 25경기에서 32.1이닝을 던져 1패·2홀드, 방어율 3.62로 빼어나지 않지만, 선발이 조기에 무너졌을 때 마운드에 올라 묵묵히 공을 던졌다.
과정이 쉽진 않았다. 오현택은 스프링캠프 때 투구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 서클체인지업을 장착했다가 시즌 초반 투구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결국 매 경기 불펜대기 하다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3∼4이닝씩을 던지는 동시에, 그라운드 뒤에서는 원래의 폼을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슬라이더의 위력을 되찾으면서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할 때의 구위를 조금씩 되찾았다. 노경은이 불펜으로 내려가면서 빈 선발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오현택은 “선발등판은 1년 6개월만”이라며 웃고는 “지금 내가 선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내 보직이 롱릴리프니까 내 앞에 선발이 이미 2이닝정도를 소화하고 난 뒤에 바통을 이어 받아 4이닝 정도를 던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 그러면 투구수를 고려하고, 완급조절을 하게 되서 나다운 피칭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수들의 도움을 받아서 타자들을 맞혀 잡겠다”며 “날도 더운데 야수들이 수비를 오래하면 힘드니까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좋은 투구를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