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동아일보DB
참, 다행이죠? 고마운 것은 또 있습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내용 측면에서도 비로소 한국축구다운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물론 아직 끝난 게 아니죠. 갈 길이 한참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세요? 한국축구가 역대 월드컵 본선 2번째 경기에선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요. 잘 해야 무승부였죠. 1986멕시코월드컵에선 불가리아와 1-1로 비겼고, 4년 뒤 이탈리아월드컵에선 스페인에 1-3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도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비겼습니다. 1998프랑스월드컵은 별 말씀 안 드려도 아시죠? 짙은 콧수염을 기른 채 엄지를 치켜세우며 TV 중계카메라 앞에서 윙크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모습이 여전히 강렬하게 뇌리를 스치네요. 4강 신화를 쓴 2002한일월드컵, 원정 월드컵 첫 승을 신고한 2006년 독일대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성공한 남아공대회에서도 조별리그 2차전만큼은 승리와 인연이 멀었죠.
하지만 징크스는 깨라고 존재하는 법이죠. 2010년 만났던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도 아니고, 알제리잖아요. 줄곧 ‘가장 해볼 만한 상대’로 꼽아왔고요. 브라질을 찾은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도 현장에서 마주쳐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대부분 “알제리는 아프리카를 대표해 출전한 나라들 중 최하위권”이라고 평가한답니다.
더욱이 믿을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홍명보 감독이 과거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고 도전한 메이저대회에서 2번이나 2번째 경기 승리를 맛봤거든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스위스를 꺾었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도 요르단을 격파했습니다. 2009년 이집트 U-20(20세 이하) 월드컵 때만 무승부였죠.
이제 오랜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을 때도 된 것 같습니다. 23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알제리를 꺾고 힘차게 전진하는 홍명보호를 기대합니다.
이구아수(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