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티키타카…스페인 몰락

입력 2014-06-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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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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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적함대’ 스페인, 충격의 16강 탈락

남아공월드컵 우승 등 2012년까지 전성기
롱 패스 통한 배후 공략 등 이미 해법 나와
변화에 무딘 스페인, 기존 전술 고집 패착

‘무적함대’ 스페인이 무너졌다.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벌어진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칠레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1-5로 진 스페인은 2연패로 24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높은 볼 점유율과 짧은 패스 위주로 플레이하는 ‘티키타카’를 표방했던 스페인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유럽선수권 2연패(2008·2012년)를 차지한 스페인은 2011년 9월부터 2년 9개월간 지켜온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무적함대’의 시대가 막을 내린 듯하다.


●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티키타카’

스페인 FC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말이 ‘티키타카’다. ‘티키타카’란 탁구공이 빠르게 테이블 위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표현한 스페인어다. 바르셀로나는 볼 점유율을 높이고, 능력 있는 미드필더들을 앞세운 짧은 패스로 상대를 제압해왔다. 출중한 스트라이커는 없지만,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이뤄내는 호흡은 컴퓨터로 축구게임을 하는 것처럼 정확하고 세밀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티키타카’로 불렸다.

바르셀로나가 구현한 축구는 스페인대표팀에 그대로 이식됐다. 스페인대표팀의 주축선수들이 대부분이 바르셀로나의 핵심 멤버였다. ‘티키타카’를 장착한 스페인은 ‘무적함대’답게 강호들을 연파했다. 2008유럽선수권에서 정상에 선 뒤 2010년 월드컵과 2012년 유럽선수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넘버1’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3년 들어 ‘티키타카’는 조금씩 허물어졌다. 유럽 명문 클럽들은 ‘티키타카’를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스페인을 만난 상대국들도 이런 방법을 활용해 ‘무적함대’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티키타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일찌감치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 느슨한 압박-롱 패스에 고전한 스페인

현대축구에서 강력한 압박은 기본처럼 여겨졌다. 수비 시 강한 압박을 펼쳐 상대가 원하는 지역으로 패스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들은 반대로 압박의 끈을 느슨하게 했다. 패스와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스페인과 바르셀로나는 상대가 강한 압박을 펼치면 쉽게 뚫고 나간다. 압박의 강도를 낮추는 대신 수비를 두껍게 하는 전략이 ‘티키타카’를 봉쇄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

공격에선 롱 패스와 한 타임 빠른 크로스로 스페인이나 바르셀로나 수비의 배후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네덜란드가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에게 5골을 빼앗을 때도 이런 공격방법이 주효했다. 스페인대표팀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칠레전을 마친 뒤 “나를 포함한 모든 스페인 축구인은 대표팀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며 반성과 새로운 준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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