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KBS 드라마] 용두사미의 저주, ‘정도전’으로 겨우 끊었지만…

입력 2014-06-23 01: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상반기 드라마 결산-KBS] 끈질겼던 용두사미의 저주, 겨우 끊어내긴 했지만…

운동선수에게도, 방송국에게도 슬럼프란 무서운 법이다. 슬럼프라는 건 마땅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부진을 거듭하게 되고 이기는 법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2014년 상반기 KBS 드라마는 그야말로 제대로 슬럼프를 겪었다. 한때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걸맞는 방송사였으며 지금도 깨지지 않는 65.8%라는 시청률 기록을 지닌 방송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부진이었다. 게다가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왕가네 식구들’을 갖고 출발했음에도 그 흐름을 살리지 못했다.

이런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연히 동시간대 방송되는 대진운의 영향도 있었지만 한껏 허세를 부린 홍보치고는 부실했던 내용과 허술했던 내부단속이 KBS 드라마의 거듭된 실패로 이어졌다.

KBS2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는 이범수와 소녀시대의 윤아를 전면에 내세우며 연초부터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가 엿보인 작품이었다. 제작사인 SM C&C 제작 드라마의 연이은 실패와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기용한 이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의심은 넘쳐났지만 홍보 측은 "이범수는 아무 작품이나 선택하지 않는다"는 짧은 한마디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총리와 나'는 국내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국무총리를 로맨틱 코미디물에 내세운 것은 물론, 이범수와 윤아라는 기묘하도록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두자릿수 시청률을 넘지 못한채 종영했다.

2014년 첫 작품에서 죽을 쑨 '총리와 나'의 여파는 꽤 컸다. 윤계상의 브라운관 컴백과 지난해 MBC에서 활약한 한지혜를 기용한 '태양은 가득히'는 발연기 없는 배우들의 분투에도 별다른 화제를 낳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주말드라마의 절대강자 자리도 위협받게 됐다. 김희선 이서진 등이 투입된 ‘참 좋은 시절’은 3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소 30%를 유지해야 하는 주말드라마에서의 부진은 KBS 드라마 전체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KBS 드라마는 상반기에 사람들을 잡아끌지 못했다. 리모컨을 쥐고 있는 시청자들을 KBS에 고정시켜 놓을 파괴력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 순간 구세주처럼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격시대'는 일제 강점기 낭만파 주먹들의 이야기를 그린 방학기 작가의 만화 '감격시대'를 원작으로, 신정태(김현중)가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의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만에 TV에 등장한 시대극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꽃보다 남자'의 윤지후를 벗어던진 김현중의 활약은 중장년층 남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아내와 자녀들에게 리모컨을 빼앗긴 세력들이 '감격시대'로 몰려 들었다.

하지만 이때 돌발변수가 터졌다. '감격시대' 출연료 미지급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 이로 인해 촬영에도 차질이 생겼고, 당연히 극 전개와 퀄리티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내부단속을 제대로 못해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악재에도 KBS 드라마는 최근 눈에 띄게 회생의 기미를 보이도 있다. 강지환과 최다니엘의 대결로 한껏 기대를 모은 '빅맨', 김강우의 맹활약으로 막판 상승세를 이뤄낸 '골든 크로스' 등이 하반기 KBS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KBS1 대하사극 '정도전'은 정통 사극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드라마 왕국'의 타이틀은 잃었지만, '사극명가'의 타이틀은 여전히 그들의 것임을 보여줬다.

KBS 드라마는 2014년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지겨운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사슬을 끊었다. 길고 길었던 KBS 드라마의 슬럼프는 정말 끝이 난 것일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