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포수 김태군(오른쪽)이 24일 잠실 LG전에서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14년만이자 금세기 첫 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현역시절 한화 정민철, 송진우와 2차례 노히트노런을 이끌었던 강인권 코치의 지도도 빛났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정민철 공 놓치자 관객들 야유 엄청나”
제자 김태군도 “9회땐 죽을 만큼 떨려”
한국프로야구에서 20세기(1901∼2000) 마지막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는 송진우 현 한화 투수코치였다. 송진우와 함께 대기록을 달성한 포수는 강인권 현 NC 배터리 코치(사진)다. 그리고 14년이 흘러 21세기(2001∼2100) 첫 노히트노런 포수가 탄생했다. 24일 잠실 LG전에서 찰리 쉬렉과 호흡을 맞춘 NC 김태군이다. 20세기 마지막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포수의 제자가 21세기 첫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NC 수장 김경문 감독(1988년 4월 2일 사직 롯데 개막전)에 이어 노히트노런 포수 계보를 차례로 썼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간 사제의 ‘노히트노런’ 후일담을 들어봤다.
● 강인권 코치 “투수보다 포수가 떨려”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면 투수와 더불어 포수의 이름도 기록에 남는다. 그만큼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강인권 코치는 현역시절 1997년 5월 23일 대전 OB전에서 정민철 현 한화 투수코치와,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송진우 코치와 2번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김태군의 노히트노런을 보면서 강 코치는 예전을 떠올렸다고 했다.
강 코치는 “(정)민철이는 퍼펙트도 가능했는데 패스트볼로 날려 지금도 미안하다”며 “8회 1사 후 볼카운트 1볼-2스크라이크에서 바깥쪽 직구 사인을 냈는데 공이 조금 높게 왔다. 공을 놓쳤는데 관중들의 야유가 장난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1시간 동안 밖에 못 나가다가 민철이의 차를 타고 겨우 구장을 빠져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기록 달성의 순간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강 코치는 “8회 2아웃부터 투수보다 더 떨었다”며 웃고는 “상대타자들도 ‘어떻게든 안타를 쳐야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타석에서 조급해지더라. 헛스윙이 많이 나와서 변화구 위주로 볼배합했던 기억이 난다. 기록 달성은 투수와 포수의 호흡이 중요한데 민철이나 진우 형이나 나를 많이 믿고 던져줬다. 그게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 김태군 “스승들 덕분에 다시 태어나”
그 스승의 그 제자였다. 김태군도 노히트노런을 앞두고 “정말 떨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7회까지 몰랐는데 8회 들어가기 전 ‘6아웃만 남았다’는 말을 듣고 알았다”며 “9회 그라운드에 나가는데 죽을 만큼 떨리더라. 찰리가 침착하게 잘 던져줘서 기록 달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강 코치에 의하면 이날 투수리드는 오롯이 김태군의 몫이었다. 경기 직전 불펜에서 몸을 풀 때 찰리의 직구가 좋지 않아 “초반 변화구 위주로 볼배합을 가져가라”는 얘기 외에 지시사항이 많지 않았다. 김태군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군은 스승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는 “기록은 나 혼자 달성한 게 아니다. NC에서 김경문 감독님을 만나 다시 태어났고, 강 코치님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다”며 “프로유니폼을 입혀주신 LG, 나의 토대를 만들어주신 김정민 코치님, 장광호 코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포수로서 아직 많이 모자란데 너무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힘을 내서 좋은 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코치 역시 “경기를 읽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칭찬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계기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공부하고 연구해서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조언을 건넸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