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으로 전락’ 박주영, 어두운 미래 예고

입력 2014-06-27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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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계륵으로 전락’ 박주영, 어두운 미래 예고

-‘기회의 땅’ 월드컵에서 끝없는 부진으로 추락
-아스널과 계약 종료, 새 팀 찾아야 하는 입장
-‘유럽 잔류 어려울 것’ 부정적 전망 우세
박주영(아스널)에게 2014브라질월드컵은 영원히 잊고 싶은 무대가 됐다. 과거 한국 축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멋진 한 방을 터뜨리며 영웅으로 도약했던 박주영이지만 이젠 온갖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됐다.

러시아와의 H조 예선 1차전,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박주영은 무득점으로 침묵했을 뿐 아니라 슛도 단 한 차례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고 밝혀 더욱 큰 비난 여론이 일었다. ‘수비형 스트라이커’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27일(한국시간)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전. 초미의 관심은 박주영의 출격 여부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추가시간(4분)을 포함해 94분 간 박주영은 벤치에서 시작해 벤치에서 끝났다. 결과는 0-1 패배. 경기가 끝난 뒤 홍 감독은 “박주영과 따로 (출전 문제를 놓고) 대화한 적은 없다. 다만 이 경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상당히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벤치의 선택은 주효했다. 박주영 대신 원 톱으로 선발 출전한 김신욱(울산현대)은 후반 21분 김보경(카디프시티)과 교체될 때까지 66분 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벨기에 미드필더 스테벤 드푸르를 퇴장시킨 것도 김신욱이었다. 온 몸을 던지며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한 김신욱은 몸싸움을 벌이다 상대의 파울을 유도, 레드카드를 이끌어내며 잠시나마 한국에 희망의 빛을 주기도 했다.

온갖 굴레로 얼룩진 박주영은 브라질 대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

이중국적 파문을 일으킨 모나코 시민권 문제와 병역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은 그는 2010남아공월드컵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며 당당히 부활했지만 브라질은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과거 홍 감독이 줄곧 강조해온 ‘대표팀 선발 원칙’을 깨면서까지 봉와직염 부상을 안은 박주영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합류시켰지만 스스로가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대회를 앞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 아스널의 방출 통보를 받은 박주영은 이제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전 세계 유력 에이전트들과 스카우트가 모여든 월드컵은 유럽 무대 잔류를 위한 마지막 돌파구였다.

그러나 월드컵에서의 쓰디쓴 굴욕은 가뜩이나 어두웠던 그의 앞날을 오히려 더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국내 에이전트 관계자들은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으로 박주영의 모든 실력이 드러났다. 더 이상 유럽에 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신들도 박주영의 실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홍명보호가 좌초당한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믹스트존을 빠져나오던 박주영은 취재진의 쏟아진 인터뷰 요청에 모기만한 목소리로 “(인터뷰) 안 해요”란 무성의한 한 마디를 남겼을 뿐이다. 과연 박주영에게 어떤 길이 열릴까. 여름 이적시장에서 그가 설 자리는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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