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와 기수는 어떻게 대화할까?

입력 2014-07-05 2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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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채찍이 아니라 기수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최초로 말을 소재로 한 영화 ‘각설탕’(2006)에서 주인공 시은(임수정 분)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경마 기수들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까. 기수와 경주마는 야구의 사인처럼 미리 정해진 특별한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를 ‘부조’라고 한다. 보통 고삐부조, 음성부조, 기좌부조, 다리부조, 채찍부조로 나뉜다.

고삐부조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주마의 방향이나 속력을 조절하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고삐를 쥐는 방법에 따라 단일브리지와 이중브리지로 나뉜다. 경주마의 추진과 제어의 관점에서 근래에는 이중브리지 형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삐부조는 잡는 형태뿐만 아니라 고삐의 길이를 통해서도 효력이 크게 좌우된다. 느슨한 고삐는 마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대처하기가 어렵고 너무 짧은 고삐는 말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인마일체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결국 적당한 길이의 고삐부조라야 기승자의 명확한 의사가 전달되게 되는데, 이는 말의 체형에 따라 달라진다.

음성부조는 말 그대로 사람이 소리를 내어 말을 통제하는 수단이다. 음성부조는 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가지 음성부조는 잘 알고 있는데, 바로 “워워”다. 주로 말을 안정시키거나 정지시킬 때 사용하는 부조이다. 반대로 말을 움직이게 하는 소리부조도 있다. “끌끌” 하고 혀 차는 소리로 정지해 있는 말에게 사람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전진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기좌부조는 다른 말로는 체중부조라고도 한다. 기좌부조는 말의 습성을 이용한 부조방법으로, 기승자의 중심을 자기 등 한가운데로 두려고 하는 습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의 앞쪽으로 체중을 두면 말은 더 빨리 달리게 되고 반대로 엉덩이쪽에 체중을 집중시키면 느리게 달리게 된다. 경마경기에서 대부분의 기수들이 말의 목 뒤에 바짝 붙어서 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리부조의 경우 주로 승마에서 사용되는데, 말의 배에 다리를 두고 누르는 강도에 따라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채찍부조는 말 그대로 경주마에게 도구를 통한 자극을 주어 기승자의 신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채찍은 보통 징계, 훈육, 격려, 지시 등 4가지에 대한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경마경기 중에는 격려와 지시의 경우로 한정된다. 징계와 훈육을 목적으로 하는 채찍의 사용은 경주에 출전하기 전단계인 조교 중에서만 사용된다. 채찍의 사용은 효율적이면서도 위험한 부조방법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채찍의 경우 경주마의 앞다리 위쪽에 사용하는 어깨채찍과 뒷다리 부근과 꼬리 위쪽에 사용하는 엉덩이 채찍으로 구분된다. 간혹 경주 중에 기수가 얼굴부위나 정도를 넘은 과다채찍 등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목적과 달리 말이 옆으로 달리는 사행과 같은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마사회에서는 기수 제재사항 가운데 채찍사용 부주의 항목을 따로 두고 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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