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말 많고 탈 많은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왜 이렇게 따끔거릴까

입력 2014-07-08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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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개봉으로 말 많고 탈 많은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감독 맷 리브스, 이하 ‘혹성탈출2’)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7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혹성탈출2’는 거대해진 스케일과 묵직한 메시지로 돌아왔다.

전작 ‘진화의 시작’(2011)에서 자신들을 가두고 학대한 인간들로부터 탈출해 자유를 쟁취한 유인원과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가며 마무리 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가 퍼지고 10년 뒤, 시저(앤디 서키스)는 2000여 마리의 유인원들과 사회를 만들어 번영을 누린다. 반면,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위기 처했던 인간들은 그들만의 타워를 만들어 공동체를 이룬다. 인간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전력이 필요하게 돼 발전소가 있는 숲속에 들어간 행동대장 ‘말콤’(제이슨 클락)이 우연히 ‘시저’의 무리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10년간 서로의 생존을 모르며 살아왔던 이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원망과 가득한 가운데 살얼음판 같은 아슬아슬한 평화와 공존을 모색하게 된다. 시저는 과거 인간과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간과 다시 합심을 하려 하던 찰나, 종족의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며 반격의 서막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드라마가 더 강해져 무게감이 생겼다. 전작에서 과학의 발달과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전했다면 이번엔 도덕적 딜레마를 제시했다. 서로를 원망하며 살고 있던 인간과 유인원은 서로 손을 내밀다가도 자칫 거리끼면 총구를 내밀며 극의 긴장과 완화를 이끄는 가운데도 누가 악하고 선한지, 혹은 인간 대 유인원과 같은 단순한 대립구조가 아닌 공존과 평화 그리고 와해가 얼마나 종잇장처럼 얇은 차이를 갖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또한 생존 단계를 넘어 사회와 문명을 만들어가던 유인원들이 대립하고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우리네 삶을 비춰주는 것 같아 양심이 따끔거린다. 시저의 대사 중 “나는 유인원이 인간보다 낫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젠 알겠어. 우리가 얼마나 인간과 같은지 말야”를 통해 잘 알 수 있기도 하다.


역시나 눈길을 끄는 것은 시각효과다. 실제 열대우림지대에서 모션캡처 촬영으로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시각효과를 담당하는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은 유인원의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마다 약 50여 대에 이르는 모션캡처 카메라를 쉴 새 없이 돌렸다. 또한 헤드기어와 새로 개발된 벨크로 수트를 착용한 배우들의 모든 얼굴과 전신 연기를 빠짐없이 캡처해 이를 소프트웨어로 담아 3D 유인원 모형에 털, 피부, 눈빛, 움직임 등을 넣어 완벽한 유인원의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이에 스크린서 비를 맞아 촉촉이 젖은 털과 기쁨과 슬픔의 눈망을 가진 유인원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클로즈업된 유인원 시저의 눈빛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눈망울 하나 작업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는 웨타 디지털 기술력의 정교함과 자신감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커져버린 영화의 스케일과 깊어진 메시지, 앞으로 점점 일이 커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전작의 재미를 찾는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력과 화려한 액션장면과 스토리, 그리고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놓고 본다면 ‘이게 정말 최선입니다’라고 말하겠다. 더 아쉬운 점은 개봉을 앞두고 논란이 됐던 변칙개봉. 평화와 공존을 말하고자 하는 이 영화가 정말 ‘반격의 서막’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이 영화의 내용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서로 밥 그릇 챙기기에 바쁜 영화사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혹성탈출2’ 자체가 전쟁의 책임을 안고 가는 리더 ’시저’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 7월 10일 국내개봉. 상영시간 130분. 12세 관람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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