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깨운 넥센 염경엽 감독의 용인술

입력 2014-07-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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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스포츠동아DB

야구는 선수가 한다. 그러나 그 선수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존재는 감독이다. 넥센 박병호(28)의 이름이 11일 목동 NC전 선발 타순 전광판에서 빠졌다. 늘 박병호의 몫인줄 알았던 4번타자 자리에는 강정호가 들어갔다. NC 김경문 감독조차 의외로 받아들일 정도로 파격이었다. 2년 연속 프로야구 MVP 타자이자 올 시즌도 홈런(29개) 1위를 달리고 있는 붙박이 4번타자의 결장이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선발제외에 대해 넥센 염경엽 감독은 “소탐대실을 피하기 위한 휴식”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특별한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쓰지 않겠다”고도 했다. “박병호는 슈퍼스타다. 이런 선수는 전 경기 출장보다도 홈런왕, 타점왕, MVP를 노려야 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염 감독은 11일 아침 박병호와 면담을 통해 이런 생각을 밝혔고, 동의를 끌어냈다.

박병호는 10일까지 7월 9경기에서 타율 0.156의 침체에 빠져 있었다. 홈런도 6월27일 잠실 두산전 이후 11연속경기 감감무소식이었다. 염 감독은 “6월까지 홈런이 너무 잘 나오고(29홈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병호가 오버페이스를 했던 것 같다”고 체력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병호의 연속경기 출장은 339경기에서 멈출 듯 보였다.

박병호는 2012시즌 133경기 모두 풀타임 4번타자로 소화했다. 2013시즌의 128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도 10일 청주 한화전까지 78경기를 계속 나가고 있었다. 2011시즌 최종전에 결장한 이후 2012시즌 4월 7일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부터 이어져 온 연속경기출장기록이 최대고비에 처한 것이었다.

그러나 염 감독은 넥센이 5-1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 박병호를 호출했다. 연속경기출장을 배려한 것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타석에 선 박병호는 NC 문수호의 132km짜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목동구장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홈런을 터뜨렸다. 프로야구 역사상 4번째 3년 연속 30홈런 타자가 탄생한 순간이라 더 극적이었다. 삼성 이승엽(1997~2003년), 전 두산 타이론 우즈(1998~2001년), 전 삼성 마해영(2001~2003년)에 이어 박병호도 역대급 홈런타자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또 LG에 몸담았던 2010년 7월30일 사직 롯데전 이후 넥센에서 나온 첫 대타홈런이었다.

박병호는 “그동안 전 경기 출장에 대해 크게 자부심을 느꼈는데 감독님의 배려 덕분에 좋지 않은 성적에도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 경기 출장하는 것은 개인이나 팀에 손해라고 생각돼 출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끝까지 출장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감독님의 배려로 대타로 나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선발에서 빠지니 어색했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한 마음도 있었다. 선발로 못 나와 아쉬움도 있지만 받아들이고 나온 홈런이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염 감독도 “박병호는 리그 최고의 선수다. 스스로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대기록을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목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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