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이 이상윤을 연기했다”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영화 ‘산타바바라’ 속 캐릭터는 그와 상당히 닮았다. 남녀의 사랑을 술과 음악으로 녹여낸 영화는 그만큼 이상윤의 연애에 대한 생각을 읽게 한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만남과 이별 술과 음악으로 녹인 영화
나도 아는 감정들 입꼬리 올라간 적도
일상에서 피어나는 연애가 훨씬 짜릿”
한 남자가 있다. 외형적으론 가난한 음악감독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지만 적극적인 구애 대신 주변만 맴돈다. ‘회식 끝나고 한 잔 더 하자’는 평범한 ‘작업 멘트’가 최선의 용기다.
그런 남자를 연기한 이상윤(33)은 “실제 나와 비슷한 면이 좀 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본 친구들은 “이상윤이 실제 이상윤을 연기했다”는 평까지 내놨다. 이른바 ‘싱크로율’이 높다는 의미다. 17일 개봉한 ‘산타바바라’ 속 이상윤이 연기한 정우의 모습이다.
우연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남녀의 사랑을 술과 음악으로 녹여낸 영화는 연애를 특별하지 않은 눈으로 풀어낸다. 일상에서 피어나는 연애가 더 짜릿하다 말하는 듯하다.
“바람둥이가 아니라면 보통 남자는 거의 정우와 비슷하지 않나. 어떻게든 엮어서 만남을 가지려 하고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려 들고. 나도 그렇다. 대신 감정이 확인되면 나는 바로 돌직구를 날린다. 하하!”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사랑의 감정을 연기한 이상윤이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도시 산타바바라를 배경으로 “하고픈 대로 자유롭게 풀어진 현장” 경험은 낯설었지만 신선했다. 유독 술 마시는 장면이 많았고 막바지엔 실제 술을 마시고 촬영도 했다.
“살면서 내가 느껴봤던 연애 감정이 솔직하게 표현된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때도 있었다. 옛 생각이 나서.(웃음) 긴가민가 고민하고, 그러다 가까워져서 사랑하고. 그게 연애 같다.”
영화 ‘산타바바라’의 장면들. 사진제공|영화사조제
드라마로 더 친숙한 이상윤은 좀처럼 영화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07년 ‘색즉시공2’에 잠깐 얼굴을 비춘 게 전부다. “기회가 많지 않았고 그 적은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여전히 기회를 기다리는 입장. “깨질 준비가 됐고 그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고도 말했다.
“2년 전 드라마 ‘내딸 서영이’를 하면서 기존의 나와 달라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도 견디니까 아주 조금 성장한 느낌이 들더라. 이제 깨지는 건 무섭지 않다.”
오랜 취미인 농구와 야구에 여전히 심취해 있는 그는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요즘도 야외 운동을 즐긴다. 검게 그을린 피부가 그 증거다. 최근엔 새로운 취미 하나가 더 생겼다. LP로 음악을 듣는다. 얼마 전 출연한 SBS 드라마 ‘엔젤아이즈’ 촬영 도중 LP를 접하고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플레이어는 물론 이젠 구하기도 어려운 LP까지 찾아야 하는 ‘고단함’도 즐겁다. 돈도 많이 든다. ‘부자 취미에 빠졌다’고 하자, 이상윤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주 어릴 때 LP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스피커를 바꾸는 바람에 엄마랑 다투던 기억도 나고. 하하! LP가 만드는 음악이 좋다.”
우연인지 그는 ‘산타바바라’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음악도 만든다. 이상윤은 “실제론 듣는 것만 좋아해서 악기 연주는 못 한다”고 고백하며 “촬영 때문에 기타를 속독으로 배웠다”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