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릭 밴덴헐크가 ‘리드오프 킬러’로 거듭났다. 선두타자와의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밴덴헐크가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최다안타 1위 서건창 10타수1안타 제압
민병헌·이용규 4타수 무안타 꽁꽁 묶어
# 22일 사직 롯데전. 삼성의 선발투수 릭 밴덴헐크(29)는 1회말 롯데의 리드오프 정훈과 대결에 집중했다. 0B-1S에서 2구째 150km 직구를 던져 1루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5일 잠실 두선전도 마찬가지. 1회 선두타자 민병헌을 상대로 0B-2S에서 139km의 슬라이더로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선두타자와 싸움은 으레 밴덴헐크의 승리로 돌아갔다.
밴덴헐크는 ‘리드오프 킬러’다.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6.1이닝 3실점하며 시즌 11번째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9개의 안타를 내주며 방어율이 조금 치솟았지만 다승과 방어율에서 각각 2위, 3위를 유지했다. 밴덴헐크를 평가하는 가장 좋은 투수지표는 이닝당출루허용(WHIP)이다. 밴덴헐크는 1.07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코리 리오단(LG)과 윤성환(삼성)이 각각 1.24와 1.25로 뒤를 이었다. 보통 1.00 이내에 들어가면 특급투수로, 1.30 이내를 유지하면 A급 투수로 평가한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21, 팀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0.84를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도 리그에서 0.222로 가장 낮다.
리드오프와 대결이 단연 인상적이다. 밴덴헐크는 어깨부상으로 빠진 3주간의 공백을 제외하고 모두 15차례 선발등판했는데 1회 선두타자와 대결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15타석에서 2볼넷 1안타를 허용했을 뿐, 나머지 12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어깨부상을 털고 돌아온 5월 8일 문학 SK전부터 계산하면 12타석에서 단 1타자만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리드오프와 대결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각 팀의 1번타자는 선취점을 따내기 위해 안타생산능력과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단타로 출루해도 언제든 2루 베이스를 훔칠 수 있어 단숨에 득점권 주자를 허용하게 된다. 따라서 1회 선두타자와 싸움은 초반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가장 큰 잣대가 된다. 1번타자를 출루시킨다면 투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밴덴헐크는 대단한 성적을 쌓았다. 리그를 대표하는 리드오프를 상대로 철저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올 시즌 최다안타 1위를 지키고 있는 서건창(넥센)을 10타수 1안타로 틀어막았다. 그는 22일 현재 125안타, 타율 0.360(5위)을 기록하고 있다. 민병헌과 이용규를 상대로 각각 4타수 무안타로 막았다. 김주찬(KIA)는 5타수 무안타, 정훈을 상대로 9타수 1안타로 틀어막았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리그에서 피안타율과 이닝당출루허용율이 가장 낮은 투수다. 특히 선두타자와 대결에서 잘 하고 있다. 배트 스피드가 빠른 리드오프를 상대로 확실하게 잡아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