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합의제로 편해졌냐고요? 감독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려요

입력 2014-08-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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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합의제? 심판도 죽을 맛” 심판들은 감독들이 심판합의제를 요청하면 가슴이 철렁거린다. 판정이 번복되면 고과가 나빠지고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심판합의판정을 위해 4심이 열띤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노출된 심판합의제의 한계

판정 번복 땐 고과 나빠져…자존심도 금
승부에 관계 없을 땐 감독들 안나왔으면
방송사도 중계능력 가려질까봐 스트레스

한국형 비디오판독이라는 심판합의제도 결국 사람이 만든 제도다. 인간의 눈이 지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초스피드로 도입됐으나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깔려 있다’는 마키아벨리의 경구처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한 이 제도 도입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 심판원의 반문 “우리가 편해졌다고요?”

30일 두산-롯데전 5회 발생한 기묘한 상황은 우려했던 심판합의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무사 만루에서 롯데 박종윤의 빨랫줄 타구를 두산 1루수 칸투가 잡아냈는데 원바운드, 노바운드 여부를 놓고 심판합의제까지 갔으나 화면으로도 가려내지를 못한 것이다. 결국 원래 판정대로 원바운드 판정으로 결론 났고, 이어 롯데 4번 최준석의 적시타로 쐐기점이 나왔다. 결정적 판정이었는데 의문은 남은 셈이다.

심판들은 수차례 화면을 되돌려보고 공에 묻은 흔적, 플레이 당시 선수들의 표정까지 살펴봤으나 정황증거밖에 될 수 없었다. 31일 만난 김병주 심판원은 “심판합의제가 도입돼 심판이 가장 편해졌다고 하는데 사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심판합의제로 판정이 번복되면 그 심판의 고과가 나빠진다. 또 심판의 자존심도 금이 간다. 감독들도 심판합의제를 요청할 타이밍을 잡느라 머리가 아프겠지만 감독들이 나올 때마다 심판도 가슴이 철렁하는 것이다. A 심판원은 “승부에 관계없을 때는 감독들이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방송사 PD의 고민 “우리가 용납이 안 됩니다”

카메라는 완벽할지 몰라도, 그 카메라를 조종하는 인간은 그럴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장면을 선명하게 잡아낼 순 없다. 30일 ‘논란의 타구’를 가려내지 못한 데 대해 중계방송사 PD는 괴로움을 표시했다. 아무도 방송사의 잘못을 탓하지 않지만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책임감인 것이다.

방송관계자들은 자칫 비디오판독을 잘 하느냐에 따라 각 스포츠케이블의 중계능력이 가려지는 것처럼 비쳐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방송장비의 진화로 경기당 PD가 3∼4명씩 투입되지만 모든 장면을 다 잡아낼 순 없다. 그러나 심판합의제에 따른 카메라 의존도가 커질수록 중계팀의 번뇌도 쌓이고 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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