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준-이창열-강경학(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주전공백 메운 타격·수비서도 기대이상 활약
이제 ‘말로만 리빌딩’은 없다. 최하위 한화가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진주들의 반란에 웃음을 짓고 있다. 라인업에 자리한 낯선 이름들이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만년 백업선수 이학준(29)과 ‘기대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강경학(22), 대졸 신인 이창열(23) 등이 그들이다.
기회는 늘 그렇듯 주전들의 공백 때문에 찾아왔다. 이대수가 SK로 트레이드되고 한상훈, 송광민, 김회성 등 주전 멤버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한화 내야에는 큰 구멍이 여러 개 뚫렸다. 코칭스태프는 울며 겨자 먹기로 라인업에 매일 낯선 이름을 적어 넣어야 했다. 그런데 이때 반전이 일어났다. 무명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쓰러져가던 한화가 전반기 막바지부터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백업들의 활약이 뒷받침된 것은 물론이다.
특히 이학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기회였다. 이학준은 2004년 LG에 입단했다. 주로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하면서 도약을 꿈꿨지만, 이후에도 1군에서 늘 그림자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런데 시즌 중반 잡은 기회가 그에게 가장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안겼다. 지난달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3안타를 쳤고, 끊임없이 멀티히트에 성공하며 펄펄 날았다. 7월 한 달 간 타율이 0.314. 올 시즌 때려낸 24개의 안타 가운데 22개를 7월에 몰아쳤다. 20경기에서 22안타를 쳤으니 무조건 출전 경기당 안타 한 개 이상을 때려냈다는 의미다. 수비와 베이스러닝에서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또 이학준이 왼쪽 종아리 근육 경직 증상으로 잠시 라인업에서 빠진 뒤에는 2011년 입단 이후 늘 구단의 기대와 관심만 받아왔던 강경학이 날아올랐다. 1일 대전 두산전에 교체출장한 뒤 8회말 결승 3점홈런을 날리면서 무척 인상적인 데뷔 첫 안타를 만들어 냈다. 김응룡 감독이 “앞으로 주전 유격수로 쓰겠다”고 공언할 만큼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지난달 11일 처음 1군에 올라온 신인 이창열도 빼놓을 수 없다.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1-1로 맞선 9회 2사 2루서 극적인 결승 적시 3루타를 터트렸다. 데뷔 첫 안타로 결승타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현재 2군에 있는 조정원과 함께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내야를 든든히 책임졌다. 시즌 초만 해도 한화의 전력구상에서 빠져 있던 이창열은 벌써 한 달 가까이 1군에 머물고 있다.
한화는 2일까지 후반기 치른 10경기에서 5승5패를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피’들이 한화의 반등에 중요한 역할을 해낸 덕분이다. 오랜 그림자에서 벗어나 진짜 ‘리빌딩’을 완성하고 싶은 한화에게 희망의 빛이 들기 시작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