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강정호 홈런 시소게임… 박병호가 치면 강정호도 친다

입력 2014-08-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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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강정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5월엔 박병호…6월 둘다 9개…7월엔 강정호 앞서
34개중 30개·31개중 22개 서로 홈런 친 3일내 쾅

넥센 이장석 대표이사는 2014시즌 시무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올해는 박병호가 최우수선수(MVP)를 3연패했으면 좋겠다. 만약 박병호가 받지 못한다면, 강정호가 MVP에 올랐으면 좋겠다.” 당시에는 그저 구단 대표의 원대한 포부로만 들렸다. 그러나 넥센이 올 시즌을 70% 넘게 소화한 지금, 이 희망은 ‘예언’을 넘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넥센 박병호(28)와 강정호(27)가 역대로도 손에 꼽을 만한 MVP 집안싸움을 펼치고 있어서다.

특히 둘의 홈런왕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넥센 라인업의 한 가운데 버티고 있는 두 타자의 이름이 연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나도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모르겠다”고 싱글벙글할 정도다.


● ‘5월 병호’와 ‘7월 정호’, 과연 남은 두 달의 결과는?

박병호와 강정호는 서로에게 최고의 경쟁자이자 자극제다. 시너지 효과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있기에 강정호가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고, 강정호도 “홈런왕 경쟁은 신경 쓰지 않지만, 병호 형이 있어 서로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이스 자체도 흥미진진하다. 먼저 앞서나간 박병호는 5월에 펄펄 날았다. 역대 월간 최다 홈런(15개) 기록에 육박하는 14개의 아치를 그리며 그야말로 불타는 한 달을 보냈다. 그러나 박병호가 전반기 막바지 슬럼프에 빠지는 동안 강정호가 날아올랐다. 7월 들어 피치를 올리면서 박병호보다 3개 많은 7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달 들어서도 2개의 홈런을 추가해 1위 박병호와의 격차를 3개까지 좁혔다.

물론 아직 비거리에서는 박병호가 앞선다. 박병호가 친 홈런 34개의 평균 비거리는 124m. 강정호의 홈런 31개는 평균 119.7m를 날아갔다. 최고 비거리도 그렇다. 박병호는 145m(6월 10일 목동 삼성전), 강정호는 135m(6월 26일 대구 삼성전)를 각각 기록했다.


● 같은 날 친 홈런이 둘 다 16개

서로의 페이스메이커로도 손색이 없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똑같이 16개의 홈런을 같은 경기에서 쳤다. 심지어 6월 6일 목동 두산전에서는 강정호가 3개, 박병호가 2개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둘이 동시 홈런을 친 경기에서 넥센의 성적은 10승1무2패. 무엇보다 둘의 홈런이 큰 공백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터져 나왔다는 게 고무적이다. 박병호의 홈런 34개 가운데 30개는 강정호가 홈런 친 날로부터 3일 이내(이전과 이후 포함)에 나왔다. 강정호의 홈런 31개 가운데 22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둘이 하루 간격으로 친 홈런 수는 박병호가 9개, 강정호가 4개다. 그야말로 최고의 조합이자 라이벌이다. 넥센으로서는 두 타자가 펼치는 ‘선의의 경쟁’을 그저 흐뭇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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