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스테보 결승골, 세리머니 대신 위로

입력 2014-08-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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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후 친정팀 수원 선수·팬에 인사

전남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32·세르비아·사진)에게는 17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1라운드 홈경기가 각별했다. 스테보는 지난해 여름까지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만료 후 연봉 삭감까지 감수하며 재계약 소식을 기다렸지만, 수원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원치 않은 이별을 한 스테보는 쇼난 벨마레(일본)에서 지난 시즌 후반기를 보낸 뒤 올해 초 전남에 입단했다.

전남과 수원의 올 시즌 만남은 2번째였다. 4월 9일 첫 대결에선 수원이 1-0으로 승리했다. 당시 스테보는 뛰지 못했다. 17일 경기가 그의 친정팀 상태 첫 출전이었다. 킥오프 직전 수원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전남 하석주 감독도 “스테보의 마음이 복잡할 거다. 수원 팬들의 사랑을 잊지 못한다”며 제자를 이해했다.

그래도 스테보는 프로였다. 필드에서 수원은 적이었고, 직접 비수를 꽂았다.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26분 문전 혼전 중 그림 같은 오버헤드킥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최근 인천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20인)에 발탁된 안용우가 선제골(후 16분)과 쐐기골(후 43분)을 넣었지만, 진짜 주인공은 스테보였다. 일체의 골 세리머니를 자제했고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엔 감정을 억누르느라 한참 엎드려 있던 그는 수원 선수들을 일일이 껴안으며 위로하고, 원정 팬들에게는 큰 동작으로 인사를 건넸다.

3-1로 승리한 전남도 ‘아홉수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최근 4연패로 주춤했던 전남은 모처럼의 승리로 시즌 10승(3무8패) 고지에 오르며 5위로 한 계단 도약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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