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학. 사진제공|한화이글스
결장 하루만에 선발 유격수 복귀 “배우는 단계”
올해 한화는 여전히 최하위로 처져 있다. 그러나 올해의 8월은 지난해와 확실히 다르다. 단순히 평소보다 많이 이겨서가 아니다. 진짜로 ‘희망’들을 발견해서다. 마운드에 에이스 이태양이 우뚝 섰다면, 내야에는 유격수 강경학(22·사진)이 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이 “주전 유격수로 키워보겠다”고 선언했던, 바로 그 선수다.
첫 등장부터 화려했다. 1군 복귀 첫 날이었던 1일 잠실 두산전에서 6-6으로 맞선 8회말 결승 3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데뷔 첫 아치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순식간에 구름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피치 못할 성장통이 곧 찾아왔다. 12일 대전 두산전에서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은 뒤 2루수에게 송구하다 패대기를 쳤다.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는 대형 실책. 곧바로 교체 지시가 떨어졌다. 덕아웃으로 돌아와 넋이 나간 강경학의 얼굴은 TV 화면에 오래 클로즈업됐다. 바로 그 다음 경기인 14일 대전 롯데전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됐다.
강경학은 담담하게 그때를 회상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팀이 연승을 하고 분위기가 좋을 때 실수를 해서 더 위축됐다”며 “옆에서 선배님들과 코치님들이 ‘나도 예전에 그런 실수 많이 했다. 그렇게 성장하면 된다’고 위로를 해주셨다. 다음에 꼭 만회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각성했던 덕분일까. 강경학은 하루 만인 15일 대전 롯데전부터 다시 선발 유격수로 출장했다. 이날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 19일 울산 롯데전에서는 3루타와 2루타를 연이어 날리면서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수비도 큰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마쳤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던 그날의 실수가 무럭무럭 자라는 유망주에게는 거름이 된 것이다.
강경학은 “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5월에 다쳤던 발목 상태가 완벽하지 않지만, 타격에서 다행히 자신감을 얻어서 힘을 내고 있다”며 “나는 여전히 배우는 단계다. 앞으로도 실수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남은 시즌은 실책을 5개 안으로 마친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누구나 실패는 한다. 실수도 한다. 크고 작은 실패와 실수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에 미래가 달려있다. 그래서 강경학의 다음 시즌이 밝아 보인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