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헤켄 20승 보이는데 치솟는 방어율

입력 2014-08-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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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헤켄. 스포츠동아DB

■ 17승 밴 헤켄의 빛과 그림자

최근 3경기에서 15.2이닝 방어율 9.19
공 높거나 가운데 몰려 컨트롤 문제 지적
20승 앞두고 역대 최악의 방어율 먹구름

넥센 앤디 밴 헤켄(35)은 올 시즌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20일 현재 17승(5패)을 올리며 다승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22승) 이후 7년 만에 20승을 기록하는 투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올 시즌 최고의 투수는 밴 헤켄을 꼽을 만하다. 그러나 밴 헤켄은 최근 부진을 거듭하면서 주위의 걱정을 사고 있다. 특히 시즌 방어율이 치솟으면서 역대 20승 투수 중 가장 좋지 않은 방어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 파죽지세 밴 헤켄 20승은 무난

밴 헤켄은 5월 27일 목동 SK전을 시작으로 8월 13일 사직 롯데전까지 무려 14연승을 내달렸다. 무엇보다 14경기에 등판해 ‘노디시전 게임(No decision game·승패 없이 물러나는 경기)’ 하나 없이 모두 승리를 기록하는 놀라운 실적을 이어갔다. 14연속경기 승리는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기록. 메이저리그에서는 1930년 클리블랜드의 웨스 퍼렐이 13연속경기 승리를 올린 것이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런 파죽지세로 밴 헤켄은 17승 고지에 무난히 올랐다.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앞으로 3승을 추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박철순을 시작으로 2007년 리오스까지 총 15차례 20승이 나왔다. 밴 헤켄이 이번에 20승을 돌파한다면 역대 16번째 20승을 기록하게 된다. 투수로만 따지면 12번째 20승 투수가 된다.


● 3연속 부진투 왜?

그러나 밴 헤켄은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19일 목동 LG전에서 5.2이닝 동안 무려 109개의 공을 던지며 홈런 2방을 포함해 11안타의 뭇매를 맞고 6실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면서 14연승 행진을 마감했고, 시즌 5패째를 떠안았다.

밴 헤켄은 이날만 부진한 게 아니었다. 최근 3연속경기 부진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연승을 이어갔지만 지난 2차례 등판에서도 내용이 좋지 않았던 것. 8일 잠실 두산전과 13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이어 5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승리를 따낸 것이 행운이었다.

이에 대해 넥센 염경염 감독은 20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그동안 밴 헤켄이 해준 게 얼마냐”며 웃으면서도 “최근 공이 높아졌다”고 부진의 이유를 짚었다. 포수 박동원 역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힘도 좀 떨어졌다. 포크볼이 낮게 떨어져야하는데 공이 높거나 가운데로 몰리고 있다”며 컨트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밴 헤켄에게 특별히 휴식을 더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순리대로 날짜에 맞춰 등판할 것이다. 본인도 그걸 원하고 있다. 어차피 아시안게임 휴식기 때 많이 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역대 20승 투수 최악 방어율?

밴 헤켄은 최근 3경기에서 15.2이닝 16자책점(방어율 9.19)을 기록했다. 3경기 전까지 2.79로 1위를 달리던 방어율이 3.45(4위)로 급격히 치솟았다. 물론 밴 헤켄은 리그 평균 방어율이 5.33에 이르는 극도의 ‘타고투저’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남은 경기에서 방어율을 끌어내리지 못한다면 역대 20승 투수 중 최악의 방어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어림짐작으로도 20승 이상 기록할 정도면 당연히 시즌 방어율이 2점대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1982년 박철순부터 2007년 리오스까지 역대 15차례 나온 20승 투수의 시즌 방어율을 뽑아보면 밴 헤켄보다 나빴던 방어율은 없었다. 14차례는 모두 2점대 이하였다. 5차례는 1점대였고, 해태 선동열은 1986년 24승과 함께 최초의 0점대 방어율(0.99)을 기록하기도 했다.

3점대 방어율로 20승 투수가 된 것은 1987년 삼성 김시진(3.12)이 유일했다. 김시진은 그해 33경기에 등판해 23승(6패)을 기록하며 다승왕에 올랐다. 완투가 7차례나 됐고, 완봉도 3차례 있었다. 그러나 방어율 3.12는 그해 18위에 해당됐다. 1987년은 삼성이 역대 유일한 팀타율 3할을 기록한 해. 타선의 화끈한 지원이 있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당시를 회상할 때마다 “그해는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타자들이 1회초에 4∼5점을 뽑아준 일이 많았다”며 웃었다. 김시진은 선동열(3회) 최동원(2회)과 함께 20승 이상을 2차례 이상 기록한 선수로 남아있다. 1985년엔 25승을 올리며 팀 동료 김일융과 공동 다승왕이 됐는데, 이때는 2.00의 빼어난 방어율(3위)을 기록한 바 있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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