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하나하나에 수비 이동, 넥센 외야 시프트의 비밀

입력 2014-08-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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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학 코치. 사진제공|넥센

심재학 코치, 볼 카운트마다 다른 사인

“원래 넥센이 외야에서 저렇게 많이 움직이나요?”

최근 넥센과 경기를 치른 상대팀 구단 관계자는 깜짝 놀라면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만큼 넥센이 경기 내내 다양한 외야 시프트를 구사하고 있어서다. 특정 선수를 겨냥한 극단적인 시프트는 오히려 독이 될 때도 많다. 그러나 넥센은 유독 움직임이 많은 데도 성공률이 높다. 그 비결이 물론 있다.


● ‘한 타자’가 아니라 ‘공 하나’에 따라 달라지는 시프트

넥센 심재학 외야 수비코치(42)는 20일 “우리 팀은 한 타자를 상대로 시프트를 하는 게 아니라 공, 1구 1구마다 다른 시프트를 한다. 볼카운트나 상대 타자의 파울 타구 방향, 스윙 궤적 등을 보고 그때그때 다른 시프트 사인을 낸다”고 설명했다.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타자의 스윙이나 움직임은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심 코치는 “처음에는 크게 휘두르다가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밀어서 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카운트와 상황을 보고 시프트를 바꾸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심 코치가 경기 도중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손으로 수비위치 이동사인을 보내는 모습은 TV 중계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심 코치는 “워낙 염경엽 감독님께서 디테일한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시니 코치들도 그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한다”며 “스프링캠프 때 이미 시프트 훈련은 다 끝냈다. 지난해부터 2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서 그걸 토대로 삼는다”고 했다. 빠른 주자들이 많고 ‘한 베이스라도 더 가는’ 야구가 대세로 떠오른 요즘은 외야수비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


● 척척 움직여주는 외야진과 코치 사이의 신뢰

넥센은 올해 좌익수 문우람, 중견수 이택근, 우익수 유한준으로 외야진을 꾸려왔다. 용병타자 비니 로티노와 이성열이 백업 외야수 역할을 한다. 이들 가운데 이택근과 유한준은 팀 내는 물론 전 구단 외야수들 중에서도 수준급 수비 실력을 자랑한다. 심 코치는 “가끔 외야에서 택근이와 한준이가 글러브로 가슴팍을 툭툭 칠 때가 있다. ‘이번엔 감이 왔으니 내가 자리를 잘 잡겠다’는 선수의 사인이다”라며 “타구에 대한 판단은 사실 직접 뛰는 사람들이 가장 잘 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선수에게 맡긴다”고 귀띔했다.

공 하나마다 달라지는 외야 시프트를 완벽하게 해내려면 선수와 코치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심 코치는 “내가 아무리 움직이라고 해도 선수들이 그 효과를 믿지 못하고 움직이는 걸 귀찮아한다면 시프트가 성공하기 힘들다. 벤치의 사인을 믿고 따라와 주는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매번 사인을 내는 나도 머리가 아프지만, 그때마다 계속 움직여야 하는 선수들이 더 힘들 것“이라며 웃었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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