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스포츠동아DB
평생 동경해 온 챔스 무대에서 짜릿한 첫골
월드컵 아쉬움 털고 2경기 2골로 킬러본색
24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서도 골폭풍 예감
‘꿈의 무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골맛을 본 태극전사가 추가됐다. 손흥민(22·레버쿠젠)이다. 아쉬움 가득했던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내일을 향한 희망을 심어준 그가 다시 한 번 자신이 한국축구의 ‘대세’임을 증명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벌어진 FC코펜하겐(덴마크)과의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 원정경기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전반 막판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챔피언스리그 첫 골이다. 적지에서 다득점(3골)으로 귀한 승점 3점을 챙긴 레버쿠젠은 28일 홈에서 열릴 PO 2차전의 부담을 크게 덜면서 본선 32강 조별리그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 에이스다운 에이스
레버쿠젠과 코펜하겐은 초반부터 치열하게 맞섰다. 전반 42분까지 2골씩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그러나 레버쿠젠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왼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격한 그는 시종 가벼운 몸놀림으로 코펜하겐을 압박한 끝에 일을 냈다. 하칸 찰하노글루의 침투 패스를 받아 상대 문전 오른쪽에서 절묘한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대회 본선이 아닌 PO 승부였지만, 마음 속의 짐을 덜어낸 소중한 90분이었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이 있어 더욱 극적이었다.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 쟁쟁한 상대들을 만난 손흥민은 도움 2개만을 남긴 채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도전을 마쳤다. 그러나 2번째는 달랐다. ‘킬러 본능’이 살아났다.
레버쿠젠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게 된 것도 손흥민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베르더 브레멘과의 2013∼20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최종전에서 손흥민은 결승골을 넣어 팀이 4위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 당시 5위 볼프스부르크와 격차는 승점 1에 불과했다. 레버쿠젠은 4위를 차지한 덕분에 이번 PO에 나설 수 있었다.
● 이 느낌 그대로 쾌속항진!
시즌 개막 후 공식 경기 2게임에서 2골이다. 손흥민은 16일 발트알게스하임과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원정) 경기에서 1골을 넣어 6-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챔피언스리그까지 2경기 연속 득점이다. 24일 열릴 도르트문트와 정규리그 개막전도 기대된다.
분위기는 좋다. 전통의 강호로 통하는 도르트문트이지만, 손흥민에게는 좋은 추억을 한가득 안겨준 팀이기도 하다. 함부르크에서 뛰던 2012∼2013시즌 4골(2경기), 레버쿠젠에 안착한 지난 시즌 1골 등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5골을 뽑았다. 물론 변수는 있다. 3∼4일에 한 경기씩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그간 전부 원정이었고, 그 중 한 번은 장거리(덴마크) 이동이었다. UEFA가 코펜하겐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교체 멤버로 예상한 이유다. 그러나 선수층이 얇은 레버쿠젠은 손흥민에게 당장 휴식을 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손흥민의 2014인천아시안게임 차출을 거부한 주된 이유도 ‘선수 부족’이었다. 팀 내 핵심으로 우뚝 선 손흥민은 지금의 좋은 느낌을 그대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