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서재덕·한선수 AG 가능성 봤다

입력 2014-08-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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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덕-한선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남자배구대표팀, AVC컵 대회 6전 전승 우승
서재덕 국제용 재확인…한선수 실전감각 수확

첫 유소년대회 공정한 판정 등 호평 속 마무리
경기외 시간 교육 활용 등 대회운영 보완 숙제

한국 남자배구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한국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벌어진 제4회 AVC컵 남자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첫 우승이다. 금메달 라이벌 이란과 중국 일본이 2진으로 출전했지만 우승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은 30일부터 폴란드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강호 브라질 쿠바 독일 등을 상대로 최종 실력점검을 한 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2014 그랑프리 대회를 마치고 20일부터 진천에서 합숙훈련중인 여자대표 선수들도 9월 6일부터 12일까지 중국 심천에서 열리는 AVC컵 여자대회에서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배구 사상 첫 남녀 동반우승 가능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AVC컵 대회서 서재덕의 가능성 확인과 한선수의 실전감각 회복 큰 수확

18일부터 벌어진 제4회 AVC컵 남자대회에서 한국은 A조 예선에서 전승을 차지했다. 일본 카자흐스탄 인도를 이기고 8강 토너먼트에 오른 뒤 호주 카자흐스탄 인도를 격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의 비중과 상대 국가의 선수출전 상황을 고려해 우리도 2진급 선수단을 내보낼 생각도 했지만 남겨둘 1진 선수들을 훈련시킬 코칭스태프와 훈련 장소가 마땅치 않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현실적 고려 때문에 실전을 겸한 테스트로 출전을 결정한 AVC컵 대회였다.

박기원 감독은 예선과 8강 토너먼트까지는 모든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사실상 훈련을 했다. 준결승에 들어서자 우승을 목표로 전력투구했고 결국 2경기 연속 3-0 완승을 거두며 한국 남자배구의 힘을 확인했다. 가장 반가운 것은 왼손 서재덕이 국제대회용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것. 서재덕이 없었더라면 우승을 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잘 해냈다. 주전세터 한선수가 실전감각을 찾아간다는 것도 희망적인 신호다.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해 그동안 혼자 훈련을 해왔던 한선수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대표팀에 차출됐으나 한창 때의 몸은 아니었다.

국제대회에서는 한선수의 토스워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믿은 박 감독은 꾸준한 출장을 통해 경기감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했다. 카자흐스탄과의 준결승에서 보여준 기량이라면 안심할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의 훈련으로 체중도 10kg을 줄여 베스트 몸 상태에 접근했다. 물론 아직 숙제도 있다. 보다 안정적인 서브리시브와 연결, 그리고 리베로의 활약이다. 박 감독은 여오현 카드를 버리지 않은 눈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더블 리베로로 나설 부용찬과 정민수가 박 감독의 눈높이에 들 때까지 향상된 기량을 보여줘야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희망이 커진다.


● 제1회 KOVO 총재배 유소년대회 ‘공정한 판정’ 속 성공리 폐막

2014 KOVO 총재배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김천에서 열렸다. 한국초등배구연맹과 한국배구연맹(KOVO)이 손을 잡고 배구 꿈나무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대회다. 첫 대회인 만큼 KOVO와 초등배구연맹의 많은 준비 속에서 대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녀 합쳐 61개 학교가 출전해 규모도 최대였지만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였다. KOVO는 이번 대회를 위해 V리그의 모든 심판을 경기에 투입했다. 베테랑 주,부심은 물론 선심까지 모든 심판이 전 경기에 참가해 공정한 판정을 내렸다. 해외에서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심판들도 귀국하자마자 경기장으로 모였다. 이것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장서 만난 한 학부모는 “이렇게 공정한 판정이 내려지는 대회라면 아이를 내년에 재수시켜서라도 또 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고 했다. KOVO는 꿈나무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좋아하는 선수와 롤 모델, V리그 선수가 됐을 때 가고 싶은 구단 등을 물었다. 배구 선수로서 어른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답변 결과는 충격이었다. 어린 선수들은 공정한 판정을 가장 원한다고 썼다. 그동안 몇몇 어른들의 불공정한 판정이 어린 선수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던 모양이다. 어른들이 반성하고 또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 유소년대회는 앞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KOVO 총재배의 가장 큰 수확은 초등학교 배구의 현실을 KOVO가 확인했다는 것이다. 초등배구연맹 노장옥 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원이 아니다.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다. 프로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어릴 때 발굴해 처음 배구로 이끈 수많은 선생님과 지도자들의 숨은 노고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KOVO는 첫 대회를 통해 학부모들과 현장 지도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정책을 결정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최대성과다.

대회운영은 무리가 없었지만 학생들을 위해 보다 세심한 배려와 프로그램을 추가할 필요도 있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숙소인 모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다른 대회는 몰라도 KOVO 총재배에서는 이런 시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프로 선수들이 꿈나무를 직접 만나 강의도 하고 프로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이 탄탄한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유소년 지도자를 위한 기술과 훈련방법을 알려야 한다. 학부모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프로 팀의 트레이너가 체력보강과 부상방지를 위한 훈련방법 및 영양섭취의 노하우 등도 전수해서 꿈나무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경기를 통해 우승 팀만을 가려내는 보통의 대회는 감동이 없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잊지 못할 감동과 교훈을 주는 교육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배구 꿈나무들 모두가 참가하고 싶은 대회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차분히 진행해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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