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연 단장.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무사히 연주가 끝나고 단원들이 모여 있는 뒤풀이 자리를 혼자서 찾아가야 했다. 깜깜한 비포장도로를 갓 면허를 딴 초보자가 운전하려니 정말 무서웠다.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렸다.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독일음악은 특유의 깊이가 있다. BMW와 같은 독일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뭔가 깊숙이 들어가 있는 정신. 나는 ‘장인’이라는 표현을 떠올린다. 묵직함이 있다.
베토벤이 작곡한 음악의 악보를 보면 ‘스포르찬도(그 음만 세게)’, ‘포르테(세게 연주할 것)’가 마디마다 적혀있는 경우가 있다. 독일차는 베토벤 음악 같다. 드라이빙을 할수록 차가 밑으로 깔리면서 점점 더 스포르찬도로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연주장에서 오케스트라를 휘몰아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과 비교하면 좋을 것 같다. 업비트를 딱 주고, 지휘자가 어느 정도 오케스트라를 몰아가면 단원들이 급속히 달궈지기 시작한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내가 막 크레이지하게 드라이빙하지 않더라도 모터가 달아올라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지휘자가 엑셀레이터를 계속해서 밟지 않아도 된다. 좋은 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케스트라도 자동차도 ‘밟을 때’의 느낌을 좋아한다. 독일에서는 180∼200km도 밟아봤다. 와일드하게 들끓는 느낌. 음악도 차도 그런 게 좋다.
수원|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