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쇼월터 감독이 명장인 이유는 번뜩이는 냉철함

입력 2014-08-27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리올스, 양키스 따돌리고 지구선두 질주
FA고액연봉 히메네스 부진에 선발서 제외
지난해 홈런·타점왕 슬럼프 겪자 7번 배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막판으로 향하고 있다. 총 10장의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죽음의 조’라 불리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최대 이변이 펼쳐지고 있다.

중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26일(한국시간) 현재 74승55패로 2위 뉴욕 양키스를 6경기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처럼 강호들의 틈바구니에서 오리올스가 승승장구하는 요인은 벅 쇼월터 감독(58)의 탁월한 지도력이다. 2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쇼월터 감독은 우발도 히메네스(30)를 불펜으로 보내는 대신 미겔 곤살레스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킨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2월에 ‘4년간 총액 5000만 달러’의 조건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히메네스는 에이스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라한 성적을 냈다. 26일까지 4승9패, 방어율 4.74를 기록 중이다. 특히 114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67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제구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볼넷 부문에서 아메리칸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부문 리그 1위인 AJ 버넷(필라델피아 필리스)이 77개의 볼넷을 기록하고 있지만 투구이닝은 히메네스보다 64이닝이나 많은 178이닝이다.

히메네스는 가뜩이나 성적도 좋지 않은데 지난 7월에는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을 접질려 15일자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다시 현역 로스터에 합류한 후 2경기에서 10.1이닝 동안 9실점으로 동네북 신세가 되자 쇼월터 감독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투수진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히메네스지만 쇼월터 감독이 선발 로테이션 제외라는 극약처방을 내리자 오리올스 팬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쇼월터 감독의 또 다른 골칫거리는 슬러거 크리스 데이비스(28)다. 지난 시즌 53홈런과 138타점으로 두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던 데이비스지만 올해에는 타율이 0.190에 그치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홈런은 22개를 때렸지만 타점은 62개에 불과하다. 쇼월터 감독은 최근 데이비스를 주로 7번 타순에 기용하고 있다. 그나마 1년 800만 달러에 영입한 넬슨 크루즈가 34홈런 87타점을 올리며 데이비스의 부진을 너끈히 메우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쇼월터 감독의 냉철함은 시즌 초에도 번뜩였다. 지난해 50세이브를 따냈던 짐 존슨이 FA 자격을 얻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이적하자 셋업맨 토니 헌터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겼다. 시즌 초반 11세이브를 올리며 순항하던 헌터가 5월 11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과 14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자 쇼월터 감독은 좌완 투수 잭 브리튼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정확했다. 브리튼은 뒤늦게 마무리를 맡았음에도 27세이브를 따내며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부문 공동 5위에 오르며 오리올스의 뒷문을 든든하게 잠그고 있다. 또한 방어율도 2.01로 매우 뛰어나다.

선수의 명성이나 연봉보다는 실력을 중요시하는 쇼월터 감독은 아메리칸리그 감독상을 3차례(1994, 2004, 2012)나 수상했다. 냉철한 승부사적 기질이 그가 명장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