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혁 “최후의 한발…물 흐르듯 쏜다”

입력 2014-08-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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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궁의 대들보 오진혁이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대비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태릉선수촌|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한국양궁 대들보가 말하는 단체전 마지막 3번사수의 품격

폭우 쏟아지는 야구장서 최후 한발 명중
신기 가까운 실력, 단체전 3번사수 낙점
“바람의 방향·오조준포인트·자세 집중
훈련할 때처럼 물 흐르듯 쏘려고 최선”

2012런던올림픽 양궁 남자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3·현대제철)은 26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소음 적응 훈련에서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발휘했다. 폭우가 내려 표적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마지막 발 화살을 정확히 X-10에 꽂았다. 양궁대표팀 장영술 총감독은 “(비바람을 계산해) 표적 상단 6점을 오조준해서 나온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10점을 쏘기 위해 6점을 겨냥하려면, 뚜렷한 자기확신이 전제돼야 한다. 그 결단력은 오진혁을 세계 최고의 궁사로 만든 원동력이다.


● 오진혁, 단체전 3번 사수로 낙점

남자양궁대표팀은 최적의 단체전 순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왔다. 4명 중 3명만 단체전에 출전하기 때문에 아직 멤버를 확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만약 오진혁이 3명 안에 포함된다면, 무조건 그가 마지막 3번 사수의 자리를 맡는다는 것이다. 대한양궁협회는 5월 콜롬비아 메데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6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3차 월드컵, 이달 열린 아시아그랑프리 등 3개 국제대회의 성적을 20%씩 합산해 60%, 아시안게임 예선라운드 성적을 40% 반영해 1∼3위를 단체전에 내보낼 계획이다. 개인전에는 1·2위만 나간다. 남자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오진혁이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다.


● 양궁대표팀 3번 사수의 역사는?

장영술 총감독은 “물론 무조건 에이스를 3번으로 내보내는 것만은 아니다. 1·2번에 잘 쏘는 선수를 배치해 3번의 부담을 줄여주는 전략적 선택도 있다. 하지만 현 대표팀에선 (오)진혁이가 잘해주다보니 1·2번 사수들이 편하게 쏜다. ‘내가 못 쏴도 진혁이 형이 잘해주겠지…’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궁대표팀 남녀단체전 3번 사수는 주로 간판선수의 몫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선 오진혁과 기보배(26·광주시청), 2008베이징올림픽에선 박경모(39·공주시청 감독)와 박성현(31·전북도청 감독)이 중책을 맡았다. 2000시드올림픽에선 ‘신궁’ 김수녕(43)이 최후의 한 발을 쐈다. 1·2엔드에선 김수녕-윤미진(31·현대백화점 코치)-김남순(34) 순으로 사대에 섰지만, 마지막 3엔드에선 김남순-윤미진-김수녕으로 순서를 바꿨다. 경험 많은 김수녕이 첫 발과 마지막 발의 부담감을 이겨주길 기대한 전략이었다.


● 최후의 한발? 오진혁 “물 흐르듯 쏴야”

오진혁은 충남체고에 재학 중이던 1999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당시 단체전에선 주로 1·2번 사수로 나섰다. 그러나 2009년 울산세계선수권 대표선수로 복귀한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 3번 사수로 출전했다. 2011년 5월 크로아티아 포레치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잠시 1번 사수를 맡았지만 이후 다시 3번으로 갔다.

국제대회에선 3번 사수의 한 발로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진혁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그만큼 결과가 좋았을 때의 성취감 역시 크다. 그는 “한발에 승부를 거는 상황에선 바람의 방향, 오조준의 포인트, 자세, 이 3가지만 생각한다. 그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훈련할 때처럼 물 흐르듯이 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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