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은 전국 18개 종합형 스포츠클럽 중 유일하게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10m만 걸어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송도해수욕장은 송도마린스포츠클럽만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자 해양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이다. 송도(부산)|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있다면 감사해야 한다.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건전한 교제, 무엇보다 가족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니까. ‘혜택’을 넘어 ‘행운’ 수준이다. 선진국 국민들의 생활체육은 대부분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아침 일찍, 퇴근 후, 휴일과 주말이면 가까운 스포츠클럽을 찾아 땀을 흘린다. 운동을 통해 얻은 건강은 곧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한국생활체육 토양에 걸맞은 종합형 스포츠클럽 육성과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국내 생활체육 보급과 활성화를 위한 거점이다. 스포츠동아는 국민생활체육회가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 전국 우수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탐방, 취재해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앞으로 한국이 ‘스포츠강국’을 넘어 ‘스포츠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첨단기지가 될 클럽들이다. 그 첫 번째는 부산광역시 서구의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이다.
전국 유일 바다 옆 종합형 스포츠클럽
카약·딩기요트 등 해양스포츠 인기
높은 가족회원 비중·연령층도 다양
청소년 바우처 프로그램 등 큰 호응
● 전국서 유일하게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
송도마린스포츠클럽(대표 김동관)은 올해 1월 국민생활체육회의 종합형 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됐다. ‘마린’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생활체육회가 선정한 전국 18개 종합형 스포츠클럽 중 유일하게 해양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이 점이 평가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 종합형 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되면서 1000여명 수준의 회원 수가 몇 달 사이에 1500여명으로 늘어났다.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황홀할 정도로 멋진 전경에 놀라게 된다. 송도해수욕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바다가 잘 보이도록 벽면 하나를 유리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회원들은 송도해수욕장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수영을 하고,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릴 수 있다. 10m만 걸어 나가면 바로 모래사장을 밟을 수 있다.
수영, 배드민턴, 헬스, 요가, 검도, 필라테스 등의 프로그램이 있지만 역시 최고의 특장점은 해양스포츠에 있다. 그 중에서도 한 명 또는 두 명이 노를 저어 긴 배를 모는 카약이 간판 프로그램이다. 송도해수욕장은 2002년 연안정비사업을 하면서 200m 전방 바다 속에 방파제를 설치했다. 이 방파제가 먼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거친 파도를 순화시켜준다. 그 덕분에 해변 근처의 바다는 호수처럼 물살이 잔잔하다.
상설카약체험장은 구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른 구의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다. 성인에게는 실비의 이용료(5000원)를 받지만 학생들은 무료다.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의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오권석(47) 클럽매니저는 “카약은 10분만 배우면 누구나 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카약은 해양스포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즐기는 바다수영도 인기가 높다. ‘물다래’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소모임이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회원 중심의 클럽을 지향한다. 물다래 동호회 회원인 최명기(60)씨는 “실내수영장에서는 천장만 보이지만 바다수영은 하늘을 보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매력”이라고 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고 하니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력이 있는 수트를 입기 때문에 안전하단다. 바다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맛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 “비가 내릴 때, 얼굴에 비를 맞으며 수영하는 느낌은 바다수영을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재미”라며 최씨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카약과 바다수영 외에 혼자 타는 요트의 일종인 딩기요트도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의 인기 해양스포츠다.
회원들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운동을 즐긴다. 트레드밀에서 워킹을 하고 있는 성인회원들(위)과 수영장의 어린이들. 김종원 기자
● 가족회원이 많은 비결은 ‘운동과 바다의 융합’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의 특징은 회원들의 연령층에도 있다. 40∼50대의 비중이 큰 다른 클럽과 달리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참여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특히 가족회원이 많은 점이 눈에 띈다. 68가족, 141여명이 회원이다. 국민생활체육회 지역진흥부 송명근 차장은 “전국 18개 종합형 스포츠클럽의 전체 가족회원은 331가족으로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은 가족회원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온 가족이 함께 운동하는 가족형 클럽이기도 하다. 오권석 매니저는 “인근에 주거지역이 많은 데다 운동과 바다 야외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가족회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이다. 7월에는 청소년 바다카약대회를 후원했으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고무보트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5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상설카약체험장도 가족 단위 참여자가 많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사회 공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기존 성인 중심 동호회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 개방형 구조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은 지난해 11월 결손가정 청소년 교육기관인 알로이시오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바우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약 한 달간 학생들에게 헬스, 필라테스를 무상으로 지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은 ‘마린스포츠클럽 위상강화’, ‘불우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운영’, ‘해양스포츠 등 평생스포츠기능 강화’를 3대 목표로 잡고 있다.
송도마린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는 송도마린스포츠클럽이 가진 ‘최고의 시설’이다. 국민생활체육회가 펼치고 있는 ‘7330(일주일에 세 번 이상, 30분 운동하기)’ 캠페인이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부족할 것 같다. 송도마린스포츠클럽같은 곳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7730’ 운동은 하고 싶어질 테니까.
송도(부산)|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