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말 기수 출신 1호 사령탑 탄생

입력 2014-09-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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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준 조교사는 기수 시절 다리를 다친 경주마 ‘골딩’을 조련하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훈련법에 눈을 떴다. 이때의 경험이 그를 조랑말 기수 출신 1호 조교사로 만든 밑거름이 됐다. 기수 시절인 2006년 한국마사회장배에서 ‘골딩’과 우승을 합작한 후 기뻐하는 구영준 조교사.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구영준 기수, 부경 6조 조교사 선임

제주서 10여년…부경 개장 후 큰 무대
경주마 골딩과의 환상적 콤비로 인기
조련 경험 바탕으로 조교사면허 취득

한국경마 최초의 조랑말 기수 출신 사령탑이 탄생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마방을 떠난 김성현 조교사의 후임으로 구영준(42) 기수를 6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제주 조랑말 기수 출신의 1호 조교사다. 조교사란 경주마들의 훈련 등 전반적인 관리를 총괄하고 경주에 내보낼 기수를 선택하며 작전까지 짜는 마방의 총책임자다.

조교사로서 경마인생 2막을 열게 된 구영준은 예사롭지 않은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1992년 조랑말 기수 양성소를 졸업하고 제주 경마공원에서 데뷔한 그는 10여 년 동안 2000회 경주에 출전하며 제주 마주협회장배을 제패하는 등 조랑말 기수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다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하자 큰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 서러브렛(경주마·승용마 품종) 기수로 변신했다. 초기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성으로 조랑말 기수 출신의 선입견을 깼다. 2007년 47승으로 다승 톱10에 드는 등 꾸준히 성적을 냈다.


●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으로 조랑말 기수 선입견 깨

구영준은 부경에서 새벽훈련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기수로 유명했다. 특히 부경 경마공원 개장 초기 큰 인기를 끌었던 경주마 ‘골딩’과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로 이름을 날렸다. ‘골딩’은 모의경주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가장 먼저 1군으로 승군, 부경 개장 경매에서 당시 국내 최고가인 1억2000만원에 낙찰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왼쪽다리 이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실전에선 2위 2번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골딩’의 훈련을 전담했던 구영준 기수는 어린 경주마의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훈련 강도를 조절하며 능력을 끌어올렸고, 마침내 한국마사회장배와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우승하는 등 최강 경주마로 조련했다.

성적 이상의 다른 소득도 있었다. ‘골딩’을 통해 강도, 주기, 방식 등 과학적 훈련에 눈을 떴고, 경주마의 특성에 따라 구간마다 시간을 조절해서 뛰는 인터벌 훈련과 단거리 고속훈련, 장거리 저속 훈련 방식도 개발해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고, 마침내 오랫동안 꿈꿔왔던 경마 사령탑으로 데뷔하게 됐다. 보통 초보 조교사는 경주마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만 구영준 조교사는 다르다. 기수로서 보여준 성실성과 열정을 기억하는 마주들로부터 30마리 이상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구영준 조교사는 “부경 활동 초기엔 말을 탈 때 무게중심을 뒤에 두는 조랑말 기수 때의 습관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출발선에 서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나약해지려할 때마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이 자리에 왔다”며 “조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경마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바람에 가장의 역할을 못해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젠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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