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이거 또 성질나서 부쉈다고 오해 받는 거 아냐?”
천하의 김응룡(72·한화·사진) 감독이 당황했다. 10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김 감독이 앉아 있던 의자가 ‘쩍’하는 소리와 함께 파손되는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은 그때 하루 전인 9일 경기에서 투수 최영환이 보크로 실점한 상황에 대해 역설하던 중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보크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심판진에게 달려갔고, 1루심이었던 문승훈 심판에게 한참동안 거세게 항의했다. 물론 투수의 보크는 심판합의판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라 결과는 달라질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보크가 아니라고 항의한 게 아니다. 최영환이 오른손 투수인데 3루심이 아닌 1루심이 보크를 적발했다는 게 이상해서 그 부분을 어필했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직접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의아한 부분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 감독이 몸을 반대쪽으로 휙 트는 순간, 의자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자 플라스틱으로 된 의자 바닥에 선명한 금이 가 있었다. 체중이 상당한 김 감독이 바닥이 가죽으로 된 감독용 의자 대신 그 옆에 놓여 있던 일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안 그래도 예전의 김 감독은 경기 도중 화가 나면 의자를 집어 던지거나 쓰레기통에 발길질하는 다혈질로 소문나 있다. 지금은 훨씬 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남다른 승부욕은 숨기지 못한다. 7일 대전 LG전에서도 심판판정에 항의하다 시즌 두 번째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하필 심판 얘기를 하다 의자가 깨졌으니, 이러다 또 ‘김 감독이 흥분하다 의자를 박살냈다’는 기사가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절대 오해하면 안 된다”며 웃었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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