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희 “혐오 캐릭터 1위? 나에겐 가문의 영광”

입력 2014-09-1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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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황영희는 MBC ‘왔다! 장보리’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연기 경력 20년 만에 인기의 맛을 보고 있다. 그는 “작품마다 잘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괜찮다”고 의연하게 말한다. 사진제공|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도씨 역 열연 황영희

장보리 계모·연민정 친엄마 역할
20년 연기생활 끝에 드디어 주목

“반응 궁금해 인터넷 게시판 정독
아주머니들이 알아봐줘서 좋아요”


“돌 맞을 줄 알았는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월요일이 되면 여성들 사이에서는 어김없이 ‘도씨’가 화제다. 도씨는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속 연민정(이유리)의 친엄마이자 장보리(오연서)의 계모다. 그에게는 ‘혜옥’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모두가 성(姓)만 부른다. 오히려 이름을 붙이면 어색하다.

도씨를 연기하는 황영희(45)라는 이름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 아이돌 스타에게나 달라붙는 ‘혜성처럼’ 나타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20년 넘게 연기생활을 해오면서 드디어, 이제야 시청자 눈에 띄었다.

황영희는 드라마 속과 전혀 다른 ‘반전의 매력’을 드러내며 소녀처럼 손을 다소곳이 모은다.

“하루하루가 좋다. 그래서 가끔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좋아하는 티를 내도 되나. 남들이 봤을 때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지금 이 순간을 즐겨도 부족할 텐데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다. 그래도 “일이 미칠 만큼 많이 들어오는 게 아닌데”라고 농담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알아봐주신다. 돌 맞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좋아해주신다”며 미소 짓는다.

드라마 속 도씨는 자신이 낳은 딸을 위해서라면 20년 넘게 키운 딸의 손짓을 제쳐둘 정도로 모성애 가득하다. 친딸이 자신을 모른 척해도 그런가보다 할뿐이다. 어릴 때 남부럽지 않게 키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딸이 어떠한 행동을 해도 눈감아준다. 때문에 도씨는 ‘극혐(극도로 혐오) 캐릭터’,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은 캐릭터’ 1위에 올랐다. 불명예인 것 같으지만 적어도 황영희에게는 영광이다.

“시청자 반응이 궁금해 인터넷 게시판은 모두 다 찾아본다. 댓글도 다 본다. 도씨를 비난하고 저를 욕하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제 연기와 캐릭터를 보며 시청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황영희는 전라도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기자가 되고자 서울예전(현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유아교육과를 원하는 어머니를 끝내 설득하지 못해 고향으로 다시 내려갔다. 여전히 결심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서른 살, 첫 극단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연기자의 길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 사이 스무 살 때에는 우연찮게 1년 동안 호텔리어로 일을 하기도 했다.

“88올림픽으로 호텔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누구나 지원해도 뽑아주는 그런 느낌? 고등학교 때 팝송을 많이 들어 또래보다 영어 발음이 좋았다. 하하! 하지만 일본어, 중국어에 막히면서 힘에 부쳤고 지쳤다.”

황영희는 자신이 연기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다시 깨달았다. 연기를 하면서는 “지쳐도 재밌다” “하면 할수록 느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

“연극을 하면서 재능과 끼가 없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더디고 힘들겠지만 무엇보다 인격이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최소한 밥은 굶지 않을 것이라며 위로해준 선배들의 힘이 컸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오늘 이 자리에 선 황영희. 그의 가슴 깊은 곳에는 당시 선배들의 위로가 아직도 새겨져 있다.

“작품이 인기를 끌면 모든 출연자들이 주목받는 것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이 작품으로 인해 제가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이 지나는 것이 그립겠지만 지금과는 또 다른 내일이 있기에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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