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사점훈련’으로 체력·정신력 강화…새 규칙 적응 끝

입력 2014-09-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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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SS와 함께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1. 배드민턴(성봉주 박사)
2. 사격(박상혁 박사)
3. 유도(김태완 박사)
4. 양궁(김영숙 박사)
5. 핸드볼(윤성원 박사)
6. 탁구(문영진 박사)
7. 복싱(김광준 박사)
8. 체조(송주호 박사)
9. 펜싱(정진욱 박사)

10. 레슬링(최규정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은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 과학화를 통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해왔다. KISS의 현장 지원은 세계적 수준이다. 실례로 박태환(25·인천시청)과 양학선(22·한체대)이 한국 수영과 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KISS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KISS는 안방에서 열리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금메달 지원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았다. KISS와 스포츠동아는 8월 12일부터 주 2회씩, 총 10회에 걸쳐 종목별 전망과 스포츠과학 지원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벌점제도 등 공격적으로 바뀐 경기규칙
지구력·체력안배 등 경기운영전술 중요

초고강도 사점훈련 6∼7분씩 5회 반복
근력·파워 증강은 물론 체력 향상 도움
그레코로만형 ‘전 체급 메달 획득’ 목표

한국레슬링은 한국현대체육의 발전을 선도한 효자종목이다. 한국의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레슬링(1976년 몬트리올대회)의 양정모(61)가 따냈고, 이후 올림픽마다 스타급 선수들(김원기·한명우·박장순·안한봉·심권호·정지현·김현우 등)이 꾸준히 금맥을 이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도 42개의 금메달을 쏟아냈다. 그러나 2008베이징올림픽에선 노골드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8연속 금메달 꿈이 무산됐고,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조차 노골드를 기록하며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다. 다행히 김현우(26·삼성생명)가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맥을 되찾았지만, 한국레슬링의 국제경쟁력 회복을 확신하기에는 성급한 만큼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받아들 성적표가 궁금하다.


● 격랑 속의 세계레슬링

‘고대올림픽부터 있었던 레슬링을 설마 정식종목에서 뺄까’하고 의문시됐지만, 2013년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은 세계레슬링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레슬링이 더 이상 관중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편파판정 시비를 낳자, IOC는 2020년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레슬링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7개월 후 IOC는 그 결정을 스스로 번복했다. 새로 선출된 러시아의 라로비치 회장을 중심으로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한 덕분이었다. FILA는 여자 종목의 수를 확대해 ‘양성 평등’의 정신을 실천했고, 경기규칙을 공격적 성향으로 개정해 IOC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주요 규칙 변화로는 매 경기를 2분씩 3라운드에서 3분씩 2라운드로, 2라운드 선승제에서 점수합산승제로 바꾼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점수가 없는 상황에서 덜 공격적인 선수에게 벌점을 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이 같은 규칙의 변화는 선수들에게 훈련방법과 경기운영전술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한 라운드가 2분에서 3분으로 늘어남에 따라 폭발적 파워를 지속시킬 수 있는 파워지구력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우세한 공격성향을 보이기 위한 근지구력의 훈련비중이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레슬링 경기의 틀이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형태로 제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새 규칙을 적용한 2013세계선수권대회 그레코로만형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2개를 획득해 런던올림픽보다 나은 성적을 냈다. 전통적 강호 러시아, 이란, 미국이 기술적 측면에선 우리보다 한 수 위지만, 새 규칙에 따라 체력적 요소가 강화됨으로써 우리에게 다소 유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체력훈련방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정보를 요청하는 역전현상마저 보인다.


● 혹독하지만 과학적인 체력훈련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레슬링대표팀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일명 사점(死點·dead point) 훈련을 실시했다. 바뀐 경기규칙에 맞춰 기술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선수를 정신없이 흔들어놓는 것이고, 경기규칙 또한 이를 요구하기 때문에 6분간 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훈련프로그램은 400m 전력질주(1분 이내), 사다리 모양의 연이은 격자판(40m) 짧은 보폭으로 전력질주, 육상 허들 6∼7개(15m) 뛰어넘기, 굵은 줄다리기 로프 3분 흔들기(2인1조), 1분 겨드랑이 파기(2인1조)로 구성된다. 이를 연속으로 실시하면 6∼7분이 소요되는데, 5회 반복하며 반복하기 전 1∼2분 휴식이 주어진다.

만일 어느 시기에 한 선수라도 400m 달리기를 1분 안에 주파하지 못하면, 전 선수가 1분 안에 들어올 때까지 다시 달려야 하는 ‘앙코르’ 지시가 떨어진다. 5회가 반복되는 동안 후반부로 갈수록 ‘앙코르’ 횟수는 많아진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주어진 ‘앙코르’는 더욱 힘든 도전이지만, 반드시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정으로 설정한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듯한 지옥훈련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설정에는 반복훈련을 통한 근력과 파워의 증강은 물론, 근지구력과 파워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과부하 원리(트레이닝의 원리 가운데 하나임)가 있다. 또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극복하겠다는 마음, 강훈을 통한 자신감, 팀 사기를 높이는 스포츠과학이 숨어 있다. 한편으로는 간헐적 채혈을 통한 젖산분석을 진행해 젖산 내성을 평가한다. 젖산은 근육이 오래 활동하면서 발생되는 일종의 근피로 물질로서, 젖산분석은 훈련에 따른 선수의 체력변화와 강훈으로 인한 오버 트레이닝 여부를 점검함으로써 체계적 훈련을 유도한다.

한국레슬링이 근력 향상을 위해 사용한 웨이트트레이닝 방법에는 레슬링 종목에 특화된 동작이 많다. 예를 들면 200kg 가량 되는 무거운 타이어를 뒤집거나 20∼25kg의 커튼 벨(일종의 바벨)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아래에서 위로 돌리는 것은 레슬링 기술의 안아들기와 겨드랑이 파기에 필요한 근육 발달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사점 훈련이 경기 전날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경기가 시작되는 9월 27일을 기준으로 역산해 7∼10일 전부터 훈련강도를 아주 낮게 조절한다.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과 더불어 체중감량으로 인한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 직전인 이번 주의 훈련강도는 최강이다. 기나긴 인생여정에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체력강화 훈련프로그램에도 훈련강도의 강약 리듬을 조절하는 주기화 원리의 스포츠과학을 적용하는 것이다.


● 효자종목의 전통을 이어갈 재목은?

한국레슬링은 자유형보다 그레코로만형의 국제경쟁력이 우수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의 레슬링 스타도 그레코로만형에서 나오리란 것이 레슬링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과거에는 자유형이 우세했으나(양정모도 자유형),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후 자유형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후반부에 시작될 레슬링 종목의 예비스타에 대해 그레코로만형 안한봉 감독, 자유형 박장순(이상 46·삼성생명) 감독, 전해섭(62) 총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선수가 어떤 색깔의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고지 점령을 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총력을 기울이도록 요구한 지휘관이 전공과 무훈을 미리 말하는 바보 같은 짓이다. 지금까지 아시아 정상에 오르도록 사점 훈련을 요구한 수장으로서 선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한국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의 인천아시안게임 목표는 ‘전 체급 메달 획득’이다.

지난주 우즈베키스탄에서 2014세계선수권대회(8∼14일)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진을 파견했지만, 일부 국가는 아시안게임보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1진을 내보냈다. 한 선수가 한 달에 2회의 체중감량, 그것도 10kg 정도를 감량하면 경기력이 저하되므로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한 나라들보다는 우리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렵게 되살린 한국레슬링의 불씨가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끝>

최규정 박사·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스포츠과학실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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