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아시아] 팔레스타인, 전쟁포화 속으로 ‘평화의 골’ 쏘다

입력 2014-09-16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남자축구 조별리그서 2-0 오만 꺾어 이변
FIFA 인프라 지원 받고 AG 첫 승리 결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인접한 서아시아의 약소국이다. 웨스트뱅크로 불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지중해 연안의 가자지구를 합쳐 전체 면적이 6000km² 정도이고, 총인구는 400만여명이다.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서안지구로 나뉘어 항상 정세가 불안하다. 이스라엘과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아 바람 잘 날이 없다. 요즘도 피바람이 인다. 포격과 공습, 보복으로 얼룩진 사태로 양측의 사망자가 오래 전 1000여명을 넘어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유엔(UN)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인사들뿐 아니라 교황청까지 나서서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촉구하지만, 휴전은 일시적일 뿐 언제든 교전이 재개될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아시아 스포츠계에서 팔레스타인은 꽤 오래 전부터 동반자였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도 선수단을 파견했다. 1990년 베이징대회를 시작으로 7개 대회(인천 포함)에 개근했고, 2002년 부산대회 남자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선 동메달을 땄다.

물론 팔레스타인의 참가 자체가 주는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다.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빛내고 우정과 화합을 통해 평화 속에 찬란한 아시아의 미래를 만들자는 의미가 담겼다. 팔레스타인의 참가는 곧 화합이고,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런 팔레스타인의 이번 대회 첫 행보는 남자축구였다. 팔레스타인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인 ‘골(Goal)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왔다. FIFA 랭킹은 9월 현재 공동 88위. 그런데 대단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1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만과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2-0의 완승을 거뒀다.

팔레스타인은 일반적인 예상을 깨뜨렸다. 오만이 막강한 전력은 아니더라도 같은 조의 싱가포르, 타지키스탄, 팔레스타인에 비해 한 수 위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경기 내용에선 열세였다. 볼 점유율(%)에서 45대55대로 밀렸고, 볼 점유시간에서도 40분으로 오만(49분)에 비해 적었다. 그럼에도 압달나세르 바라카 마리암 감독의 팔레스타인은 전반 39분 아메드 리다트와 후반 11분 모하메드 마라바의 연속골로 승리를 챙겼다.

더욱 특별했던 것은 이날 승리가 팔레스타인 축구의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첫 승이었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은 2002년 부산대회부터 축구에 참가했지만, 승점 확보는 4년 전 광저우대회가 처음(요르단전 무승부)이었다.

팔레스타인 A대표팀은 5월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챌린지컵 정상을 밟아 사상 처음으로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나서게 됐다. 총성과 포성으로 지친 자국민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는 팔레스타인 축구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