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우승한 음빛나, 나윤경, 정미라(왼쪽부터)가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2. 제복을 사랑한 육군 하사 음빛나
3. 부부동반 AG출전 나윤경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 AG 2연패
정미라 “암투병때 손 내밀어준 남편 큰 힘”
음빛나 “군인은 천직…내년에 결혼 생각”
나윤경 “3번째 AG서 금…이제 남편 응원”
한국여자사격이 ‘만리장성’을 허물었다. 나윤경(32·우리은행), 정미라(27·화성시청), 음빛나(23·국군체육부대)는 24일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합계 1855.5점을 쏴 중국(1854.1점)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단체전에서 이 종목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또 막내 음빛나는 620.6점으로 개인전 동메달도 거머쥐었다. 나윤경은 616.4점, 정미라는 618.5점을 기록했다. 시상대에 오른 3총사는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이들의 각기 다른 사연은 금메달을 더욱 빛나게 했다.
● 정미라, 사랑의 힘으로 갑상선암을 이기다!
정미라는 한국여자소총의 간판선수다. 2012런던올림픽도 50m 소총 3자세와 10m 공기소총 등 2종목에 출전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직후 시련이 닥쳤다. 건강검진 결과 갑상선암이 발견됐다.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하다 눈물을 쏟았다. “충격이 너무 커서 매일 밤 울기만 했어요. 총을 쏘지 못할까봐 너무 두려웠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1cm 정도의 암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그리 심각하진 않았지만, 전이될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어요.”
2개월의 휴식 후 다시 총을 잡았다. 당시 옆에서 그녀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지금의 남편인 추병길(34·화성시청)이다. 사격선수 커플인 둘은 사랑의 힘으로 병마의 고통을 이겨낸 뒤 지난해 7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추병길은 이번 아시안게임대표로는 선발되지 못했다. 그 대신 물심양면으로 아내의 운동을 뒷바라지하며 힘을 보탰다.
정미라는 “남편이 늘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총을 쐈다”며 웃었다. 아직 그녀의 도전은 끝이 아니다. 26일에는 여자 50m 소총 3자세에도 출전해 또 한번 메달을 노린다. 정미라는 “런던올림픽에서 결선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실패해 아쉬웠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꼭 출전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정미라는 같은 사격선수인 남편 추병길의 도움으로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값진 금메달을 일궈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 음빛나가 지난해 10월 부대 행사에서 정복을 입은 모습. 국내 첫 사격국가대표 부부인 나윤경과 클레이사격대표 황정수.(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정미라·음빛나·나윤경
● 음빛나, 여군 하사가 울린 금빛 총성! “말뚝 박아야겠어요”
시상대에 선 음빛나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거수 경계를 하며 태극기를 응시했다. 그녀의 신분은 군인이다. 2011년 11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현재는 하사 3호봉. 연말에는 진급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음빛나는 이미 고교 시절부터 제복을 동경해 군인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도 복무기간을 4년 더 연장한 상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군대 사격은 어떨까. 그녀는 “보통 경기용 총을 주로 쏘기 때문에 M-16이나 K-2 같은 소총을 잡을 기회는 없다. 부사관 훈련 때 한번 쏴 봤는데, 20발 중 19발을 맞췄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한발도 표적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시간제한 때문에 명중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복사선수답게 너무 신중한 사격을 한 탓이었다.
음빛나는 “군 생활에 만족한다. 말뚝을 박아야겠다”며 웃은 뒤 “내년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올림픽을 향해 도전하겠다. 2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가 큰 힘이 돼준다. 내년에 큰 대회를 마치고 언니들처럼 결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나윤경, 부부가 나란히 AG 출전…다음은 남편 차례!
나윤경은 인천아시안게임 클레이사격대표팀에 선발된 황정수(32·울산북구청)와 부부다. 둘은 고교 시절 처음 알게 돼 대학 시절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7년간의 열애 끝에 2010년 화촉을 밝혔다. 남편이 첫 눈에 반해 끈질긴 구애 공세를 펼쳤다고 한다. 나윤경은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에서 대표선수로 활약했고, 황정수는 2002년 부산대회와 2006년 도하대회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주요 국제대회마다 서로 엇갈리며 태극마크를 단 셈이다. 부부가 국제대회에 함께 나서는 것은 인천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나윤경은 눈물을 흘리며 화성에서 대회를 준비 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정수는 “잘했으니 울지 말라”고 아내를 격려했다. 나윤경은 “점수가 좋지 않아 단체전에서 동생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너무 기쁘다. 이제 남편을 응원하러 가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황정수는 29일 화성에서 열리는 남자 스키트 종목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한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